1982년 5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KIET)가 패킷교환 방식(TCP/IP)으로 인터넷이 연결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됐다. 미국이 1969년 9월 알파넷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연결한 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성공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터넷을 시작하고 강력한 정부시책과 활발한 국민적 활용에 힘입어, ITU 등 세계가 인정하는 명실공히 인터넷 인프라 1위 국가가 됐다. 지난 30년간 인터넷은 점차 빠르고, 편리하고, 저렴해졌을 뿐만 아니라, 관련 장치나 기기산업, 콘텐츠산업 등도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해보면 곳곳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전통적 장치나 하드웨어(HW) 산업은 후발 경쟁국의 거센 도전에 이미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으며, 서비스나 소프트웨어(SW)산업은 경쟁력 부족에 늘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는 마치 도로 교통 인프라와 건설능력이 우수하고, 차량산업 경쟁력은 뛰어난데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 산업이 매우 미흡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각종 물류유통산업, 대형마트 등 장터, 관광산업 등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낮아서, 외국산업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인터넷 인프라 시장의 약 3배 규모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스마트폰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소셜네트워크,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활용서비스 그리고 웹기반의 편리한 서비스의 발전에 힘입어, 그 시장규모가 날로 빠르게 팽창되고 있다. 이 분야 산업경쟁력에는 SW기술과 문화기술의 국제화가 특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그 두 가지 모두 취약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HW산업의 경우 외국어 장벽이 거의 없고, 비교적 대량소품종 산업이기에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메모리 등의 글로벌 산업화가 용이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SW 또는 서비스 산업은 소량다품종 산업이고 글로벌 문화에 능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국내시장 규모가 협소한 관계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야 산업경쟁력 및 인력 처우 등이 개선되고, 고급인력에 의한 기술경쟁력이 확보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는데 우리나라는 이 모든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웹 긱(Web Geek), 데이터 긱(Data Geek) 등 데이터분석 전문가 양성, 공공정보 간의 개방형 링크를 통해 데이터 이용의 시너지 증대 및 공공인터넷 서비스의 대형화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 시장 대폭 확대, 그리고 미래 인터넷 원천 기술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인터넷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시책이라고 확신한다.
미래의 인터넷 서비스에는 광대역의 빠른 인터넷이 필수적이며, 어디서나 빠른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므로, 기가인터넷 사업의 강력한 추진과 더불어 수퍼 와이파이 망의 확산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아날로그 방송 중단에 따른 700메가대의 질 좋은 유휴 무선대역의 많은 부분을 누구나 무료 와이파이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감한 시책이 미래 공공서비스, 사물인터넷, 상황에 따른 개인 맞춤형 서비스, 그리고 누구나 서비스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미래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즉 네트워크 플랫폼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해 `미래를 대비한 인터넷발전 전략`을 정부 시책으로 수립한 바 있다.
인터넷 산업은 네트워크, 기기·장치, 서비스, 콘텐트가 종합적으로 발전돼야 비로소 세계최고가 될 수 있는 산업인 만큼, 각 정부부처 분야별로 뿔뿔이 분산된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의 인터넷과 서비스 및 데이터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단합된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지원이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향후 인터넷 30년에 인터넷 인프라 세계 1위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및 SW 산업 1위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영희 KAIST 전산학과 교수 yhlee@c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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