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93>현피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 온라인 게임 등에서 다툼을 벌이던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서 승부를 겨루는 행위.

가상현실의 승부가 현실 세계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동사형은 `현피 뜨다.` `현실 PK`의 준말이다. PK란 `Player Killing`의 약자로 `리니지`나 `워크래프트` 같은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에서 다른 게이머의 캐릭터를 죽이는 것을 말한다.

게이머에겐 분신과 같은 캐릭터가 다른 플레이어의 공격을 받아 죽는 것은 자신이 변을 당하는 것처럼 충격적인 일이다. PK를 당하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애써 모아놓은 각종 아이템과 장비를 잃는 수도 있어 타격이 크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이유 등으로 다툼이 벌어져 채팅 등으로 다투다가 실제로 만나서 싸우는 일이 생기면서, 이를 가상현실의 싸움인 `PK`를 따서 `현피`라고 부르게 됐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분쟁이나 커뮤니티 등의 키보드 배틀이 극심해져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면 `전화번호 까라`며 도발하다가 결국 현피로 이어진다.

지난해 벌어진 디시인사이드 와우크래프트 갤러리와 애니메이션 갤러리 사용자 현피 사건이나 패션 갤러리에서 옷을 직거래하다 시비가 붙어 강남역에서 현피 뜬 사건 등이 유명하다. 온라인 격투 게임을 하다 시비가 붙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PC방에 있어 그 자리에서 격돌한 사건도 있었다.

스마트폰 혁명을 맞아 현피 시비가 생기는 공간도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최근 남녀 10대 학생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만났다 이성 문제 등으로 다툼을 벌이던 대학생을 실제로 만나 살해하는 사건이 터졌다.

현피로 만나도 대부분은 술 한잔하며 화해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감정이 더 격해지기 쉬운 온라인 공간에서 적절한 예의를 지키며 자기 의견을 전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생활 속 한마디

A:본사 김 과장하고 미국 지사 윤 차장이 왜 징계를 받았죠?

B:해외 진출 전략 때문에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이다 윤 차장이 본사 출장왔을 때 현피 떴어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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