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대표 최치준)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벌어진 무라타와 특허 소송에서 승소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당시 재판부는 “무라타 특허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삼성전기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MLCC 기술력이 일본과 겨뤄 손색이 없다는 방증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기 MLCC 사업은 한층 탄력이 붙었다.
삼성전기 칩부품(LCR) 사업부는 올해 1분기 MLCC 수요 증가로 전분기 대비 10% 증가한 440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분기에도 삼성전자 전략 모델 출시 등 스마트폰과 노트북PC용 MLCC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외형 성장이 낙관된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3%, 21.0%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9월 준공한 중국 빈하이 공장을 세계 최고의 칩부품 생산거점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빈하이 공장은 지난 1993년 설립한 삼성전기 텐진법인 인근에 추가로 구축한 신공장으로, 약 1500억원이 투입됐다.
첫 내부 승진 사례이자 `MLCC통`으로 정평이 난 최치준 사장의 취임도 향후 삼성전기 MLCC 사업의 성공을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MLCC 사업팀장부터 LCR 사업부장까지 두루 거친 최 사장은 MLCC 사업으로 다진 역량을 전 사업 부문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무라타보다 1년 이상 앞선 극소형 초고용량 MLCC를 발표했다. 롱텀에벌루션(LTE)폰이 확산되면 삼성전기 MLCC 사업이 더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를 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기존 3G 스마트폰에 비해 LTE폰의 MLCC 사용량이 30%나 더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는 무라타를 넘으려면 산업·전장용 MLCC 시장 진입도 서둘러야 한다. 삼성전기는 IT용 MLCC 분야에서 사실상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시장점유율에서 2위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무라타의 경쟁력이 산업·전장 분야에도 고루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업 분야의 높은 신뢰성 요구 수준에 맞춰 의미있는 점유율을 올리지 못하면 무라타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러나 엔고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년간 삼성전기가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불리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최근 MLCC 사업에서 최대 관심사는 비IT 산업 분야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