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급 CEO인 스티브잡스(애플),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리처드 브랜드(버진그룹)는 `직관(直觀)`이라는 키워드로 묶인다. 직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아이폰 개발을 강행하거나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를 걷다가 스타벅스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직관이 가동됐다. 30초 이내에 주요 사안을 결정짓는 리처드 브랜드도 직관의 달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직관은 경영자의 필수 덕목에 빠짐없이 들어간다. 각종 경영서들이 직관을 가진 경영자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며 `직관 찬양`을 외치고 있다. 직관없는 경영자는 자격미달로 치부된다. 이처럼 사방에서 직관을 외치고 있지만 좀처럼 실체를 알기는 어렵다. 직관을 좀 가져보려해도 전문 학습서도 없고 속성 학원도 없다.
사전에 직관은 `판단·추론 등을 개재시키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일`로 풀이돼 있다. `순식간에 핵심을 관통하는 감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직관없는` 경영자들에게는 여전히 뜬구름 같은 얘기다. 부모한테 물려받아야 하는 건지 면벽수도 10년이면 단박에 깨닫게 되는 건지 오리무중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의문에 명쾌한 해답을 준다. 직관은 몸에 새겨진 일종의 유전자라고 풀이하고 있다. 분석적 사고가 작동하기 전에 `온몸에서 튀어 나오는 것`으로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주판알을 튕기기 전에 벼락처럼 나오는 것이다. 머리가 돌다리를 두드리려고 할 때 직관은 이미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초적인 감각`이라고 강조한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온몸이 떨렸단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에 직관이 빠져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즈니스 직관은 선천성이 아닌 후천성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끊임없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어진다고 주장한다. 책상물림들은 좀처럼 갖기 어려운 실전형 감각이란 뜻이다.
직관에도 함정이 있다. 이 책은 편견과 희망, 고정관념이 직관으로 오해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장밋빛 전망에 빠져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다 모회사까지 문을 닫게 만든 DIY업체 핸디홀을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리더의 독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도 직관의 단점으로 꼽는다. 스티브 잡스에게 `독재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것도 직관이 불러온 오해로 풀이했다.
이 때문에 리더는 위기가 닥치기 전에 안전지대를 박차고 나가고 늘 자신의 가정에 의문을 품으면서 끊임없이 학습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저자는 직관을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시작이 아닌 마지막 조각이라는데서 희망을 찾아보자.
유진 새들러-스미스 지음, 이경아 옮김. 한문화 펴냄. 가격 1만6000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