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한국지엠이 스포츠카 쉐보레 콜벳(Chevrolet Corvette)을 출시했다. 쉐보레 브랜드가 한국에 도입된 지 1년 남짓 만에 쉐보레의 전통과 기술력을 대표하는 기함으로 꼽히는 차가 상륙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쉐보레의 국내 출범 당시 선봉에 섰던 차는 또 다른 스포츠카, 카마로였다. 카마로와 콜벳 모두 쉐보레, 더 나아가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 스포츠카들이다. 다만, 비교적 승용차에 가까운 카마로와 달리 콜벳은 뼛속부터 스포츠카라는 차이가 있다.
가령 카마로는 일반 승용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반면에 콜벳은 하이드로포밍 기술로 제작된 철제 프레임에 알루미늄 콕핏을 얹고 복합 소재의 차체 외판을 덮은 구조다. 콜벳의 변속기는 차체 앞부분에 얹힌 엔진 쪽이 아니라 뒤차축에 붙어있고, 엔진과 변속기 사이는 토크 튜브로 연결된다. 경주용 차에서 볼 수 있는 4륜 SLA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채용한 것도 눈에 띈다.
차체를 복합소재로 만든 것은 1953년 태어난 1세대 콜벳부터의 특징이다. 그리고 1962년에 나와 `스팅레이(가오리)`라는 별명을 얻었던 2세대 콜벳의 디자인이나 측면 비례는 1967년의 3세대, 1983년의 4세대, 1996년의 5세대, 그리고 2004년 등장한 현재의 6세대 모델에도 진화를 거치며 이어지고 있다. 10년간 컨버터블로만 생산됐던 1세대 모델은 전체적인 생김새가 지금과는 동떨어져 보이지만, 네 개의 원으로 구성된 테일램프에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실내의 `듀얼 콕핏` 디자인과 함께 카마로, 그리고 중형세단 말리부에까지 영향을 끼친 요소기도 하다.
현재의 콜벳은 차체 형태가 쿠페와 컨버터블로 나뉘어져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쿠페 모델도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붕 판넬을 떼어내면 부분적인 오픈카로 변신하는 `타르가` 구조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탈거한 지붕은 트렁크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를 뒷유리 너머로 볼 수 있는 것도 특이하다. 635리터라는 적재용량 수치에도 불구하고 트렁크가 그리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는 데는 이런 구조 탓도 있을 것이다. 딱 두 명만 탈 수 있게끔 만든 차니 이 정도면 황송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두 사람과 약간의 짐을 이동시키기 위해 이 차가 가동하는 엔진의 배기량은 6162cc나 된다. 그나마 국내에서 판매되는 콜벳은 기본 엔진이라 이 정도이고, Z06 버전에는 7000cc급 엔진도 탑재된다. 하기야, 미국산 경쟁모델인 크라이슬러의 닷지 바이퍼는 기본이 8400cc이니 이 정도는 약과다. 두 차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OHV방식 엔진구조를 가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예전 미국 스포츠카들은 자기들끼리만 비교가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경주장에서 유럽 스포츠카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시판 사양에서 500~600마력대의 출력을 내는 콜벳은 수퍼카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콜벳은 430마력 V8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그래도 312마력 3564cc V6 엔진을 얹은 카마로와는 격차가 크다. 특히 카마로의 차체가 더 크고 무겁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0-100km/h 가속시간은 카마로가 5.9초, 콜벳은 4.3초. 가격도 카마로는 4천만원대지만 콜벳은 8천만원대다.
콜벳의 가격에는 다양한 노면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서스펜션을 조절해 주는 마그네틱 셀렉티브 라이드 컨트롤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버튼타입 스마트키, 블루투스 및 아이팟을 지원하는 오디오 시스템 등 마초적인 미국 스포츠카의 이미지와는 다른 사양들을 제법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