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처럼 환경오염은 해양 생명체에 나쁘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는 복원력을 갖는다. 환경이 변화하면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을 취한다. 그러나 한 가지 요인에 의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조차도 두 가지 요인 이상이 되면 분자생물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의 오염으로도, 해양생물의 대사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높은 온도에 의해 해양생물의 대사활동이 영향을 받을 때 오염의 효과는 더 커진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이 결합된 효과는 심각한 손상이나 질병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하며 개체수가 감소되는 기본적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생물은 환경악화에 따라 생기는 각종 환경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체 내에서 생명에 필수원소인 산소가 반응성이 높은 독성의 활성산소로 변한다. 이들 활성산소는 강한 산화력을 가져 세포막분해, 단백질분해, DNA 합성 억제 등 생체 내에서 심각한 생리적 장해를 주며 심할 경우는 생명을 잃는다. 생물체는 활성산소의 독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련의 산화방어시스템을 구축하는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왔다.
나는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엉뚱하게도(?) 해양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치면서 여러 해양 생물을 모델로 오염된 환경과 기후 변화라는 두 가지 요인을 조합해 해양생물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유전자와 단백질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면서 환경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지를 연구해 오고 있다. 의과학을 전공하면서 다졌던 분자생물학적 기술 덕분에 해양 분야에서 보다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지난 몇 년간 많은 논문을 낼 수 있었다.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면에서 해석하자면 개인적으로 꽤 난이도 높은 환경변화에 대항하여 생존하고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바이오 테크놀로지(BT)`시대다. 2001년 2월 인간유전체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 유전자를 이용한 많은 연구개발 계획이 생겨났다. 특정 유전자형 약품, 유전자 치료, 유전자 조작식품 등 생물정보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유전자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아직 해양생물학 분야에서는 육상에 비해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개발이 그다지 다양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융·복합적 또는 통합적인 연구가 시도되고 나와 같이 생뚱맞은 전공자가 오히려 우대를 받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생물은 환경변화에 따라 생명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해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취한다. 한편 환경변화 속도가 복원속도를 뛰어넘을 때는 적응하는 방법을 취할 겨를 없이 죽어간다. 그래서 생물은 또 다른 생존전략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작은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흡수하고, 재생을 계속할 수 있는 생태계 탄력성과 저항성을 위해 나와 같으나 또 다른 나를 인정하고 만들어 놓는 방법을 취해왔다는 것이다. 거시적이고 이타적이며 살아남는 전략치곤 참으로 존경 받을 만한 방법이다. 과연 학문을 하고 연구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우선옥 한국해양연구원 남해특성연구부 전문연구원 cwoo@kor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