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해 말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건 당시 중국 BOE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LG도 탄원서 형식을 빌리지 않았을 뿐 사실상 마찬가지 입장을 수사팀에 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삼성과 LG가 이번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사건에서는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극한 대립을 벌인다. 설령 사안의 전말을 모두 알지 못한다고 해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사건 당시 양측 모두 수사팀에 중국 BOE를 용서해달라고 한 일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비록 쉬쉬했겠지만 현실적인 산업 논리에서만 보자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대규모 반도체 팹 건설과 LCD 팹 세대 변경에 대한 중국 정부 승인을 앞둔 삼성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쩌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는 LG도 마찬가지 처지다. 삼성이든 LG든 한국 제조업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선점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술 유출 사건은 그 속성상 단순한 잣대로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지만 국내 산업 논리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조심스럽다. 지난해 말 사건이나 이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AM OLED 기술 유출 사건의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는 이유다.
문제는 객관적인 시시비비를 떠나 최근 삼성과 LG의 끝없는 싸움이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서로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아간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격에 맞지 않는다. 싸움으로 인한 피해를 삼성과 LG만 겪는다면 괜찮다. 현실은 후방 협력사들에 타격을 줄 것이 뻔하다. 양측이 해묵은 감정 대립에서 벗어나 냉정을 되찾기 바란다. 선진적인 경쟁 관계는 그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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