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해 말 중국 BOE 기술 유출 사건 당시 탄원서를 제출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기술 유출을 둘러싼 논란과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시 LG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똑같이 BOE를 두둔했던 셈이다. 이번 SMD의 AM OLED 기술 유출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LCD 장비 업체 관계자는 “당장 반도체 팹 신규 진출과 LCD 라인 세대 변경 승인이 걸렸던 삼성으로서는 당시 (탄원서 제출이) 어쩔 수 없었던 일로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LG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사 이해관계에만 급급해 해외 기업에 관대한 대신에 국내 라이벌 기업 간에 혈투를 벌인 것에는 업계 시각이 곱지 않다. 이런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2년 전인 지난 2010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도 결국 국내 기업들의 이전투구로 번졌다. 이 사건은 어플라이드의 직원이 삼성전자 기술을 빼내 하이닉스에 전달한 것으로 적발됐다. 민·형사 소송이 계속되는 와중에 삼성전자와 어플라이드는 `원만한 관계`를 위해 합의를 봤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간 날선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 협력사 관계자는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사건은 수사 당국도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미국 등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AM OLED 기술 유출 사건은 자칫 사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LGD는 지난달 수사 결과 발표 직후 SMD에 명예훼손 등을 경고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전면 맞대응했다. 지난 어플라이드 사건이나 중국 BOE 기술 유출 사건과 모순된다. SMD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간 싸움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며 글로벌 기업끼리 정당하게 경쟁해야 하는 최소한의 룰을 어긴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LGD 측은 “합법적 인력이동을 기술 유출 시도로 몰아간다”면서 “허위 사실 유포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속내를 보면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사실 감정싸움 성격이 짙다. 특히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각자 상대방의 3차원(D) 기술과 AM OLED 기술을 놓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은 바 있다. 삼성과 LG의 공방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업계는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후방 협력사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국내 양대 기업이 맹전을 벌이는 사이 대만과 일본이 손잡고 AM OLED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 않느냐”면서 “국내 후방 협력사들에 타격을 주게 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