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여서일까. 대한민국은 이미 치른 총선, 앞으로 치를 대선으로 요동친다. 우리 정보통신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의 인사도 있을 것이다. 새 인사가 있을 때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낙하산 인사`다. 낙하산 인사의 사전적 의미는 `채용이나 승진 따위의 인사에서 배후의 높은 사람의 은밀한 지원이나 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는 공수부대 복무 기간 중 15회를 강하했다. 낙하산 타기 전에 얼마나 초조한지 안 타본 사람은 모른다. 정말 수송기에 탑승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명령이니 타야 한다. 비행기가 이륙해 강하지역(DZ:Drop Zone)에 들어가기 직전 점프마스터(강하를 책임지는 교관)가 강하지역 3분 전이란 수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공수병들은 산낭(배낭 같이 생긴 낙하산 주머니)을 짊어지고 기체에서 허공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땐 교수대에 서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산낭 안에 낙하산이 접혀 있다. 낙하산은 기체 내에 고정된 생명줄과 35㎏ 정도 무게에서 끊어지는 로프로 연결됐다. 병사가 기체에서 이탈하면 생명줄과 낙하산 사이를 결속한 로프가 끊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낙하산이 바람을 받아 자동으로 펴진다. 그러기 전 낙하병은 4초 정도 맨몸으로 자유낙하를 하게 된다. 만약 낙하산과 생명줄 사이에 로프가 묶여 있지 않으면 산낭을 등에 지고 그냥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낙하산이 펴지면 4∼5분 정도 지상을 향해 내려온다. 이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희열이 넘친다. 기쁨도 잠시 또 초긴장을 해야 한다.
지상에 닿을 때가 되면 접지 자세를 하고 착륙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발목이나 정강이가 부러지는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어느새 양 발끝이 지상에 닿으면 접지를 하면서 충격을 분산시켜야 한다. 바람이 불면 낙하산이 지상풍을 받기 전에 전복시켜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개 끌려가듯 마구 끌려가게 되고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는다. 낙하산을 전복시킨 후 접어서 키백(낙하산 회수 가방)에 넣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1㎞ 정도 거리에 있는 통제본부로 열심히 뛰어가야 한다.
통제본부에 도착하면 지휘관은 병사의 신체 이상 유무 확인을 위해 모래 백사장에 키백을 맨 채로 선착순시켜 다리가 부러지거나 삔 병사가 없는지 확인한다. 낙하산 한 번 타고 내려오는 과정은 복잡하고 매우 힘이 든다. 그뿐 아니라 점프를 하려면 3주간 지상훈련을 받는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뛰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군화 굽을 두세 개 정도 교체할 정도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풍선 타고 편안히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니까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낙하산을 타본 사람보다 안 타본 사람이 더 많으니 이러한 비유가 나왔다고 본다. 이미 오랫동안 통용되고 있는 말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나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유는 아무 때나 쓰지 말고 `정예 요원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인사`라는 의미로 사용되길 바란다.
잘못된 비유가 또 있다. `철새 정치인`이다. 새 박사 윤무부 교수는 철새는 정교한 법칙을 준수하며 이동한다고 했다. 원칙 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선거철인 2012년은 정보기술(IT) 분야에 `유능한 낙하산 인사`와 원칙을 지키는 `정직한 철새 정치인` 많이 나와 IT가 발전하고 더 나아가 국가가 융성해지는 흑룡의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기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센터 팀장 kihohahn@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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