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계에서 품질의 관심과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SW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SW의 품질을 확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과연 품질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짚어 보고 매력적 품질을 창조하기 위한 접근 방법을 알아보자.
◇매력적 품질 창조 `카노 모델`=화폐를 사용하기 전, 고대 중국에서는 물건(品)을 구입하기 위해 도끼(斤)를 사용한 저울로 무게(斤)를 달고 그 무게(價値)에 따라 조개(貝)를 지급했다. 즉 품질(品質)이란 물건의 가치(價値)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는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카노 노리야키 일본 동경대학 교수는 지난 1984년 `매력적 품질과 기대 품질`이라는 논문으로 품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품질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점을 통과하는 직선으로 묘사된다.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요소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고객은 불만족하지만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만족한다고 평가한다. 이런 유형의 품질 요소를 일원적 품질(Unitary Quality)이라 한다.
반면 어떤 품질 요소가 없거나 불충분하면 고객은 불쾌하게 여기지만, 그러한 품질 요소가 있거나 충분하다 하더라도 고객은 만족하지 않는다. 고객은 그러한 품질 요소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품질 요
소를 기대품질(expected quality), 또는 당연한 품질(must-be quality)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유형은 어떤 품질 요소가 없거나 불충분 할 때, 고객은 만족이나 불만족을 느끼지 않지만 그러한 품질 요소가 존재하거나 충분하면 고객의 만족도는 향상된다. 이런 타입의 품질 요소를 매력적 품질(attractive quality 또는 exciting quality)이라 한다.
◇코니카는 어떻게 매력적 품질을 창조했나=매력적 품질을 창조한 사례로 가장 흥미롭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1970년대 중반에 일본 코니카에서 개발한 카메라다.
1950년대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맑은 날 실외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섬광발화장치를 갖춘 섬광전구를 이용해 실내에서도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했으나,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따라서 실내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결혼식 같은 특별한 경우로 제한됐다. 더욱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했고 특히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 초점을 잘 맞출 수 있었다.
1970년대 초반에 소형 플래시가 널리 이용됐고 파인더에 있는 물체에 따라 초점을 맞춰 주는 인터락킹 메커니즘이 소개됐다. 이로써 노출과 초점에 의한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소비자들은 적절한 가격에 사용하기 쉬운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카메라 제조업자들은 이러한 기술 혁신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니콘, 캐논, 미놀타는 시장에 이미 잘 정착해 있었다. 이러한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코니카카메라 부서는 카메라 사업을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고객 입장에서 답을 찾다=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제품을 조금 수정한 모델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요구를 찾기 위해 연구개발부서와 영업부서가 함께 파악해 본 바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지금의 카메라에서 오직 작은 변화만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를 모두 반영한 제품을 만든다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기는 불가능했다. 그들이 벽에 부딪혔을 때, 한 젊은 엔지니어가 “고객은 왜 카메라를 사는가.”라는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했다. 이 질문은 고객은 단지 카메라를 소유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 구입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에 따라 고객이 사진을 찍는 상황을 조사해 본 결과, 사진이 잘못 찍히는 가장 큰 원인은 플래시의 이용으로 해결되리라 여겨졌던 노출 문제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고객은 플래시를 갖고 있더라도 종종 집에 두고 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이 많았으며 사진이 찍히지 않은 필름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문제들은 1960년대 중반에 이미 해결됐다고 믿고 있던 코니카 엔지니어들은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발견으로부터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인터락킹 메커니즘이 있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코니카는 플래시가 내장되고 자동 초점 기능과 자동으로 필름을 끼우고 감는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개발해 1974년에 시장에 내놓았고 크게 히트했다. 바로 매력적 품질을 창조했던 것이다.
◇매력적 품질을 창조하기 위한 방법=매력적 품질을 창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간단하게 설문조사를 통한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능`이 제품에 반영됐을 때 `특정 기능`의 품질요소가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항목이 질문된다.
△만약 `특정 기능`이 반영된 제품의 상태가 좋다면 당신은 만족하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가, 아니면 불만족스러운가.
△만약 `특정 기능`이 반영된 제품의 상태가 나쁘다면 당신은 만족하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가, 아니면 불만족스러운가.
이 두 질문을 통해 각 품질요소가 매력적 품질인지, 일원적 품질인지 아니면 당연한 품질인지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고객들이 어떤 품질요소가 불충분할 때 불만족하며 충분할 때는 만족한다고 평가한다면, 이 품질요소는 일원적 품질요소가 된다. 반면 불충분할 때 불만족하며 충분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면, 이 품질요소는 기대 품질이 된다. 또한 불충분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충분할 때 만족한다면, 매력적 품질로 간주할 수 있다.
설문서 개발 시에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서 `기타` 항목을 추가해 고객들이 주석을 달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개발한 설문서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실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예비조사 결과, 기타 란에 20~30% 이상의 응답률을 보이는 경우는 질문의 표현이 부적당하거나 응답 항목이 잘못 선택됐다고 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소수만이 `기타`를 선택했다면 설문 결과는 유효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곧 어버이날이 다가 온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일상적인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는 것 대신에 직접 어른들을 모시고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 드리는 것은 어떨까. 매력적 품질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봄으로써 창조될 수 있다.
이민재 티큐엠에스 대표 mjl22@tqm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