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背水陣)`은 강을 등지고 싸우는 전략이다. 한(漢)나라 명장 한신이 조(趙)나라를 공략할 때 쓴 전략에서 유래했다.
한신은 1만명의 병사로 배수진을 치도록 했다. 그리고는 이곳으로 조나라 군대를 유인했다. 강을 등진 병사들은 퇴로가 없었기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야 했다.
그러는 사이 한신은 따로 빼 놓은 병사들로 비어 있는 성을 점령하고는 지친 조나라 군대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후 배수진은 전력이 약한 쪽이 종종 사용하는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에 도전한다.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은 오래전부터 짐작된 일이었다. 시기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행보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도지사직 사퇴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그는 단체장에게만 사표를 내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문제 삼았다. 도지사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당내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것 자체로 선거운동을 대신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두고 관건선거로 이어질 공산이 있고 심각한 도정 공백을 불러올 소지도 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관건선거 논란은 불거졌다. 경기도 대변인실이 배포한 보도자료 뒷면에서 도청 공무원들이 대선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불법 관권선거를 막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가 하루속히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다.
사실 김 지사의 경선 승리를 장담하는 이는 거의 없다. 아직은 지지율이 낮고, 지지 기반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퇴로를 남겨두고 참여하는 경선은 결과가 뻔하다.
김 지사의 잠룡 탈출은 배수진을 치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매진해도 부족한 일이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