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시장성이 불투명해 보였던 컴포짓 애플리케이션(CA) 개발 방법론이 최근 들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여군데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했고, 올해 적용 계획인 기업만 20곳이 넘는다.
CA 개발 방식은 애플리케이션 통합 플랫폼인 SAP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BPP)을 통해 서비스 컴포넌트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기업 고유의 프로세스에 맞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이는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비즈니스 변화에 따른 프로세스 변경을 IT가 유연하게 대응해 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KTDS 등이 초기에 도입했지만 시장이 확산될지는 미지수였다. 기존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인데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레거시 시스템을 재활용한다는 개념에서 비슷한 사상인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국내에서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업계 전문가들은 CA의 성장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우려와 달리 지난해 총 11군데서 SAP BPP기반 CA 방식을 적용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고객들이 이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SAP코리아 측은 예상하고 있다.
◇입소문 타고 빠르게 확산=BPP기반 CA 방식은 기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지금까지는 SAP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자사 환경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거나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기 위해 1년 이상 별도의 구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작업에는 SAP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ABAP을 사용해 제한된 코딩을 해야만 했다.
반면 CA 방식은 자바로 필요한 서비스들을 만들어 엔터프라이즈서비스리포지토리(ESR)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호출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때문에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특히 SAP뿐 아니라 모든 이기종 시스템 간 유기적인 연동과 통합이 가능해 전체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 같은 이상적인 개발 방법론을 가장 먼저 구현했다. 한수원은 기존 클라이언트/서버(C/S) 기반의 `계측설비교정이력시스템`을 웹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SAP의 BPP 기반 CA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체 개발 작업의 60%를 재활용해 쉽게 개발할 수 있었고, TCO도 30% 이상 대폭 절감했다. 한수원은 이후 운영관리시스템 등 추가 프로젝트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한수원의 CA 적용 사례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여러 기업들이 CA 개발 방식을 시도했다. 현대모비스, 동아홀딩스, YNCC, 유니온스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은 물론, 운송시스템, 구매시스템, 관세시스템, 결산현황모니터링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시스템에 적용했다.
한 제조사의 경우 현장 업무 사용자들의 영업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CA 방식을 적용, 영업 프로세스를 단순화·효율화했다. 이 회사는 현재 전사 아키텍처를 BPP로 전환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조용완 SAP코리아 부장은 “지난해 10여개 고객 대부분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으며, 올해 해외와 그룹사 전체로 확산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부분의 고객이 대기업이라 앞으로 시장이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서 간 연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적합=이처럼 국내 기업의 관심이 집중된 데는 CA 개발 방식이 주는 이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코딩을 최소화해 개발 생산성과 전체 개발비용을 대폭 절감시켜 주고, 무엇보다 기술 관점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프로세스 통합을 이끌어낸다는 게 장점이다. 또 SAP의 ABAP 기술과 국제 표준 기술인 자바를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에 따라 SAP 신규 고객보다 오랜 기간 SAP 패키지를 사용해온 고객들로부터 기능 추가 및 개선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CA 방식은 다른 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RP 외 다른 시스템과 연동하기 위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와 같은 별도의 플랫폼이나 전사애플리케이션통합(EAI) 등의 솔루션을 따로 구매할 필요도 없다.
SAP BPP에는 SAP가 보유하고 있는 베스트 프랙티스 모델 뿐만 아니라 고객 특화형 업무 프로세스를 서비스화해 ESR에 등록 관리하고 있다. 현재 이 ESR에는 4000여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김진우 메타넷ESG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BPP 기반 CA는 ERP를 `웹화`시키는 도구 혹은 단순 커스터마이징 도구로 인식돼 왔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단위 업무 포털에 적용해 오던 것을 업무 간(cross funtional)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등 복잡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채택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패키지 솔루션의 유연성 부족으로 추가 요구가 많은 공공기관 등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적용 사례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SAP BPP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통합(SI) 비즈니스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