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스마트폰 활성화 놓고 공방 뜨거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저가폰 효과 의견 비교저가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를 놓고 정부와 휴대폰 제조사 간 공방이 뜨겁다.
정부는 내달 도입되는 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재판매(MVNO) 시장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저가폰 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제조사는 전통적으로 저가폰 수요가 적은 데다 최근 시장이 고가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재편된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저가폰이 과다한 보조금으로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과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줄 것으로 보고 제조사와 꾸준히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제조사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거부감을 나타내 한국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저가폰 시장이 다시 살아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라진 저가폰=지난 1년 사이 국내 휴대폰 시장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사실상 보급형 스마트폰은 자취를 감췄다. 해외에서는 200~300달러짜리 스마트폰이 종종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90만~100만원대 제품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보급형을 표방해 내놓은 `갤럭시 에이스·지오·M스타일` 등도 50만~60만원대다. 소비자에겐 여전히 버거운 가격이다.
올해 하반기 가입자 3000만 돌파가 예상될 정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됐지만 저가폰을 찾기 힘든 것은 아쉽다는 평이다. 마땅한 신제품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피처폰 이용자를 위한 저가폰이 필요하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싸더라도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성능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등 수요층별로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저가폰 효과 크다”=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대중화에 대응하고 아울러 내달 시행하는 블랙리스트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저가폰이 출시되길 바란다. 방통위는 지난달 열린 블랙리스트 점검회의에서도 제조사에 저가폰 출시를 주문했다.
블랙리스트는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구매하는 오픈마켓 방식이어서 단말가격 할인혜택이 적다. 그 대신 새로운 약정할인 요금제가 출시되면 단말가격 대신 통신요금을 할인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고가 단말기 외에 저가폰이 많아져야 블랙리스트에 따른 편익을 누릴 수 있다.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올 MVNO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저가폰이 요구된다. MVNO사업자 관계자는 “MVNO서비스 대부분은 소비자가 단말기를 직접 확보하는 대신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는 구조”라며 “저가폰이 많이 나와야 MVNO 활성화, 국민 통신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사 “저가폰, 수요가 없다”=정부 바람과 달리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국내 제조 3사는 블랙리스트 시행과 관련해 이렇다할 저가폰 출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제조사는 수요가 없는 제품을 무작정 내놓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간 국내 휴대폰 사용자는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최신, 최고급 단말기를 선호했다. 과거 피처폰 시대에도 저가폰이 여러 차례 출시됐지만 빛을 본 적이 드물다. 제조사는 스마트폰 시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조차도 최고급 스마트폰을 찾는 것이 국내 시장”이라며 “저가폰 수요가 확인돼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통신사 중심 유통 구조도 걸림돌이다. 이동통신사는 고가폰을 출시한 후 2~3년 약정할인으로 가입자를 묶어두는 전략을 취해왔다. 단말기가 가입자 유인 도구로 쓰이는 현 시장에서 저가폰은 별다른 매력이 없다.
방통위는 제조사에 저가폰 출시를 강제하긴 힘들지만 이용자 편익 개선을 위한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홍진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다소 낮은 성능이어도 가격이 저렴한 단말기가 나온다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저가폰이 출시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업계 종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