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잠시…新바람에 밀려 퇴출 도미노 업체들

시장 변화가 코스닥 기업 퇴출 운명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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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키패드 업체 미성포리테크는 최근 정리매매에 들어갔다. 자본금을 전액 잠식하면서 감사의견마저 거절됐다. 한때 1만원이 넘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22원까지 떨어졌다. 2007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4년여 만에 상장폐지되는 것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진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미성포리테크, 아이스테이션, 미리넷, 대국, 엘앤씨피, 평산 등 6개 기업이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13일 상장폐지된다. 감사의견과 관련, 거절의견을 받거나 사업보고서 미제출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대부분 영업 등 경영상 어려움이 상장폐지라는 극단으로 이어진 사례다.

◇중소 기업, 스마트폰에 시장 내줘=최근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전반을 뒤흔든 변화의 핵은 스마트폰이다. 휴대폰 산업이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ICT 부품과 제조사들은 시장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미성포리테크는 2008년만 해도 매출 1065억원, 영업이익 85억원에 달하는 견실한 기업이었다. 어려움은 2009년 찾아왔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휴대폰 산업구조가 통째로 바뀌었다. 일반 휴대폰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격경쟁 압박에 시달렸다. 2010년 매출은 738억원으로 급감했다. 손실도 커졌다. 결국 지난해 미성포리테크는 늘어난 손실을 이기지 못하고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PMP 업체인 아이스테이션도 스마트폰에 시장을 뺏겼다. PMP, MP3, 내비게이션 등이 스마트폰 앱으로 통합되자 사업 기회를 잃었다. 아이스테이션은 2004년 PMP업체인 디지털큐브가 인수하면서 PMP 시대를 열었다. 이어 PMP에 내비게이션을 탑재하면서 2008년까지 성장을 지속했다. 이듬해 애플의 통신시장 진입과 함께 PMP 시장은 감소했다. 2010년에는 424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393억원이 발생해 자본전액이 잠식됐다. 아이스테이션은 태블릿PC 시장에도 진입했지만 글로벌 브랜드와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적자 탈피 위해 신사업 도전 `고배`=시장 변화에 대응했지만 신시장에 성급하게 뛰어들어 큰 손실을 떠 안거나 경영진의 횡령 배임 등으로 무너진 기업도 있다.

엘엔씨피는 사무용 복합기 판매 업체인 카이시스로 2000년 상장했다. 2007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됐고 횡령 배임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경영권을 인수한 자회사 더원시엔시를 통해 경기도에 위치한 규석광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적 악화로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통신장비 업체 미리넷은 2002년 포시에스란 이름으로 상장했다. 2008년 영업손실 75억원을 기록한 후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89억원, 39억원의 손실을 봤다. 정보보안, 태양광 등 다른 사업에 도전해 출구를 찾았지만 태양광 산업 경기가 급격히 나빠졌다. 부채가 커져만 갔고 자본이 전액 잠식됐다.

시가총액 5위까지 올라갔던 평산은 풍력발전 부품이나 플랜트, 발전설비, 선박용 엔진에 들어가는 단조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다. 풍력산업이 위기를 맞은데다 2007~2009년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성실실패 인정 안 돼 아쉬움=퇴출확정 6개 기업 외에도 이달 말 상장위원회를 거쳐 14개 기업 퇴출이 확정된다. 이들 기업도 적정한 감사의견이 반영된 사업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거나 합당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퇴출이 확정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틈바구니에서 성실한 경영에도 시장변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다 퇴출위기에 놓인 기업도 있다”며 “상장심사에도 성실실패가 인정되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상장폐지 예정기업 현황

자료: 각사 취합

신바람 잠시…新바람에 밀려 퇴출 도미노 업체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