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샤프, 대만기업 최대주주로...
일본 샤프와 대만 홍하이 그룹(폭스콘·CMI 모회사)이 LCD 사업과 관련해 자본과 사업 제휴에 전격 합의했다. 소니는 AUO와 OLED TV 기술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타도 한국`을 기치로 내건 일본-대만 패널과 세트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됐다.
샤프는 27일(현지시각) 오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대 위탁생산(OEM) 업체인 대만 홍하이그룹과 자본 및 사업 제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제휴의 뼈대는 지분 인수와 LCD 패널 공급이다. 샤프는 669억엔(약 9150억원) 상당의 제3자 할당 증자를 실시하고, 홍하이그룹 내 4개 업체가 이를 인수한다. 이는 샤프 지분의 11%에 해당하며, 홍하이는 100년 역사를 지닌 샤프의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홍하이는 또 샤프 10세대 LCD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샤프디스플레이프로덕트 지분 46.48%를 660억엔(약 9026억원)에 인수한다. 양 사 지분율은 같아진다. 홍하이는 사카이 10세대 공장에서 생산하는 LCD 패널을 최대 50%까지 구매할 예정이다. 이번 제휴로 샤프는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홍하이를 새로운 고정 거래선으로 확보했다.
오쿠다 다카시 샤프 상무는 “지금처럼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 모든 영역에 손을 대기보다는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할 방침”이라며 “양 사 강점을 살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수직 통합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하이그룹 자회사인 세계 3위 LCD업체 CMI와 샤프의 협력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양 사를 합한 LCD 시장 점유율은 21%로 업계 2위 LG디스플레이(26%)에 육박한다. 대만 LCD 업체들이 삼성, LG와 10%포인트 이상 뒤쳐진 2위 그룹에서 탈피해 본격적인 선두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이번 제휴로 샤프는 안정화 및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10세대 LCD 라인의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며 “국적을 초월한 패널 및 세트 업체 간 수직계열화 모델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니도 대만 LCD 업체인 AUO와 손 잡았다. 소니는 최근 자사 엔지니어들을 대만 AUO에 파견, OLED TV 및 산화물반도체(IGZO) 기반 고해상도 패널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OLED 원천 기술·브랜드와 대만의 제조 경쟁력이 결합한 제휴다. 소니는 세계 최초 OLED TV를 생산한 경험과 기술이 있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AUO는 OLED 시장 진출을 위해 소니의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 AUO는 일본 이데미츠코산과의 재료 부문 협력에 이어 패널에서도 일본 원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 업체는 향후 기술 개발 추이를 지켜본 후 8세대 라인으로 협력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인트벤처(JV) 설립 등도 검토됐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으로 실무적인 협력부터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잇따른 일본, 대만 업체 간의 제휴는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D램 분야에서는 난야가 엘피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도는 만큼 LCD 협력이 반도체 협력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단위:%, 12년 2월 기준)
(자료:디스플레이서치)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장동준 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