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VDI, 진실의 99%는 오픈 후 나타난다

“가상 데스크톱(VDI) 공급업체는 VDI를 도입해도 사용자 입장에선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막상 도입하면 일반 PC와 달라 불편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괴리감 때문에 VDI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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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한 클라우드 콘퍼런스에서 사례 발표를 맡은 강연자가 한 얘기다. 그가 속한 기관은 지난해 국내 공공 분야 최대 VDI 사업 추진으로 주목받았다. 큰 규모임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자랑거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그는 의외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우선 VDI가 다른 솔루션들과 충돌하면서 장애가 발생해 고충이 컸다고 지적했다. 시험가동에 문제가 없었지만 본격 가동 후에 여기저기서 장애가 생겨 현업 부서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솔루션 업체들이 일일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허비됐다. 특히 국산 보안 소프트웨어(SW)와 충돌이 많았다고 한다. 국산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키보드보안 솔루션, 백신 등은 여지없이 VDI와 충돌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그가 강조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진실의 99%는 시스템 가동 후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장애대응 체계를 사전에 수립하라`는 것과 `VDI 업체들이 한글이나 보안 SW, DRM 업체들과 협업체계를 구성해 장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제안요청서(RFP)에 꼭 담아야 한다며 예비 수요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분명 VDI는 보안강화 효과 등 장점이 많은 솔루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산 초기단계부터 이런 문제로 거부감을 산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VDI가 거품으로 인식될지, 아니면 꼭 필요한 기술로 인식될지는 업계에 달렸다. `VDI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도록 업계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은 거저 생기는 게 아니다.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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