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기술은 특성상 쓰임새를 군사적 목적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없다. 태생이 그렇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에 쓰는 고농축 우라늄이나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한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국가별 정치적 선택에 따라 핵폭탄을 보유했거나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핵연료 재처리 여부도 해당 국가가 외교적으로 얼마나 힘이 센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에 불과했다.
몇몇 나라가 힘센(?) 선택을 거듭한 결과 지금 지구에는 핵탄두가 1만9500개쯤 있다. 지난 20세기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일 때 핵탄두가 6만5000개에 달했던 것을 헤아리면 그나마 다행이나 여전히 지구를 송두리째 망칠 규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했다. 그해 오바마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그 뜻이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로 이어졌다.
어제와 오늘 세계에 울릴 서울 평화의 노래(의제)는 `핵테러 방지 국제협력`과 `핵물질·원자력 시설 안전 관리`에 맺혔다. `방사능 물질 방호`도 간과할 수 없는 의제다. 인류가 지난 1년여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붕괴사고를 껴안은 터라 자연스레 시의적절한 의제가 됐다. 각국이 원전 운영 실태를 낱낱이 다시 검사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아쉬운 건 관건이 빠졌다는 점이다. 민간에서 쓰는 고농축 우라늄 절대량을 줄이고, 불법거래를 막는 것만으로는 국제 핵안보 확립에 제한적이다.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영국 등 5대 국가가 동시다발적 핵탄두 폐기·감축에 동의해야 한다. 실질적이고 즉시적인 기존 위협(핵탄두)을 접어둔 채 “민간 핵물질을 줄이자”고 선언하면 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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