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53>어시스트맨

영광과 찬사는 골을 넣는 스타플레이어가 받는다. 하지만 스타플레이어 이면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지켜나가는 어시스트맨이 있다는 점을 스타플레이어는 알아야 한다. 골을 넣는 순간은 직선적이지만 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은 곡선이다. 골을 만드는 과정에는 허리를 담당하는 미드필더도 있고, 위기에 빠졌을 때 골을 막아주는 수비수와 골키퍼도 있다. 스타플레이어가 넣은 골은 자신이 잘해서 넣은 것이라기보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결정적인 찬스 덕분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는 체격이 왜소해서 축구선수로서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를 알아본 단 한 사람은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다. 박지성 선수의 숨은 재능을 알아본 유일한 사람, 히딩크 감독 덕분에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쓰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한 때 골을 곧잘 넣었던 박지성 선수가 맨유로 이적하면서 골 소식이 뜸했다. 많은 사람들은 박지성 선수를 가리켜 유럽 축구에는 안 먹히는 국내용 선수라는 비난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맨유 축구 선수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마저도 맨유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가 박지성 선수라고 할 정도로 박지성 선수에 대한 국내평가와는 대조적이다.

골을 넣는 자리에는 언제나 박지성 선수가 있었다. 첩첩 수비 속에서도 보이지 않던 길을 뚫고 자신이 직접 골을 넣기보다 골을 가장 잘 넣을 만한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해준다. 누구보다도 많이 필드를 누비고, 공격수의 득점을 돕는 조용한 공로자가 바로 박지성 선수다. 축구의 허리에 해당하는 미드필더 박지성 선수야말로 축구의 에스프레소맨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꿋꿋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 우직한 미들맨과 헌신적인 미드필더는 모두 자신의 성공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어시스트맨이다. 어시스트맨은 남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성공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과 차려진 밥을 먹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거지하는 사람이 있다. 밥을 차리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맛있는 밥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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