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국민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다. 실제 많은 복지사업이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져 실행 중이다. 국내 16개 정부부처에서 시행하는 복지 사업만도 289종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대부분 복지사업을 개별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운영한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스템 간 연계가 안 된다. 데이터 공유는 더욱 어렵다.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복지정보통합관리추진단을 출범해 복지정보 연계를 추진하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
복지정보시스템을 연계하거나 통합하는 데 큰 걸림돌은 관련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작년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도 시스템 연계가 어려운 요인이다. 시스템 연계로 인한 서식 수정이나 업무 프로세스 변화도 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부처가 아니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신청주의에 입각한 우리나라 행정도 능동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한하는 원인이다.
각기 다른 부처 복지 정보시스템을 연계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연관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시스템을 연계하려면 관련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복지업무를 주관업무로 처리하는 부처가 아닌 다른 부처는 업무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저소득층 학생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비 원클릭신청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신청만 온라인으로 받을 뿐 일일이 확인하는 데 절차를 거쳐야 했다.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통합정보시스템과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시행으로 신청자 조회를 자동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연내 교육비지원대상자 심사 시 오프라인으로 자료를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연계, 자료 송수신을 할 계획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개인정보보호법이다. 작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유사한 복지사업이라 하더라도 데이터 공유가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공유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법적 근거가 있지 않으면 개인 정보 공유를 금지하고 있다. 복지사업 관계자는 “데이터 공유로 복지혜택 수급자를 효율적으로 파악,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이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적용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담당 공무원 인식 부족도 문제다. 복지 사업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는 복지정보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통합으로 인한 업무 변화를 꺼려한다. 최근 사회복지통합망 기반으로 복지정보시스템 연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은 행정서식 변화를 불편해 했다. 상당수 서식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해야만 서식 변경이 가능하다. 정보시스템 연계가 이뤄지면 개인정보보호 동의 등 일부 서식 내용을 추가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는 복지사업이 주 업무가 아니어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까지 복지정보 통합에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신청을 해야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행정 원칙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비지원 사업도 관련 법 개정으로 정보시스템을 연동하지만, 능동적으로 대상자를 파악해 사전에 안내를 하지는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며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라도 신청을 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슈가 됐던 서울시 초등학교 무상급식 논란도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과 사회복지통합정보시스템,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정보시스템을 연동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연동하면 어느 학생이 무상급식 대상자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행정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역시 관련 근거 미흡과 신청주의 행정으로 인해 실현이 불가능하다.
복지정보통합관리추진단, 시스템 통합 및 연동 나서
정부는 2010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유하던 복지정보시스템을 통합, 사회복지통합정보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복지 사업들이 개별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제공한다. 정부는 문제를 인식, 해당 정보시스템과 통합 및 연동 추진에 나섰다. 복지정보통합관리추진단을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구성, 운영하고 있다.
추진단이 하는 역할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국가 전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공 복지사업에 대한 조사 및 관리다. 추진단 조사 결과 공공 복지사업은 총 289개에 이른다. 추진단은 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화를 추진, 완료했다. 둘째는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위탁 운영기관에서 복지사업 수급자 확인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는 중복 수급자를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293종의 복지사업 중 101개를 사회복지통합정보시스템으로 통합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192종이 개별 정보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관련 법과 행정업무에 따라 단계적으로 통합 및 연동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관별 복지서비스 현황(2011년 기준) (단위 : 개)
자료 : 보건복지부
부처별 주요 복지 정보시스템 보유 현황
자료 : 보건복지부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