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조만간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관계를 끝낼지 이목이 쏠린다.
양사 합작법인인 SB리모티브 청산설이 나오자 당장 지난 20일 삼성SDI는 공시를 통해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만 밝혔다. `합작`은 고사하고 `협력` 관계를 이어갈지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본지 3월 21일자 2면 참조
SB리모티브는 지난 2008년 9월 출범한 뒤 BMW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외신보도 후 표면화됐을뿐, 출범 후 줄곧 내부에선 양사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관심은 양사가 합작 관계에서 마찰을 빚었던 배경이다. 삼성SDI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보쉬가 가진 자동차 부품기술을 공유하기 원했고, 보쉬는 삼성의 배터리 제조기술만 노리면서 충돌해 왔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보쉬와 삼성SDI가 서로 기술유출을 우려해 협력보다 오히려 서로 심하게 견제해 왔다”면서 “겉으로는 뭉쳤을 뿐 전혀 융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한발 뒤쳐진 독일이 단기간 내 이를 만회하려 하면서 진통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쉬가 삼성SDI와 합작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자국 내 2차전지 셀 라인을 유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쉬는 이를 위해 삼성SDI의 코팅·생산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SDI는 독일 현지에 팩 생산 라인만 구축하도록 맞서면서 대립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여의치 않자 보쉬가 바스프와 함께 지난해 2차전지 셀 라인을 독일 내에 구축키로 했다. 보쉬는 이 합작법인을 통해 올해 시생산에 나서 오는 2015년까지 연간 20만셀 이상의 2차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독일 정부가 자국 기업들끼리 전기차용 2차전지 셀 라인을 구축토록 보쉬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자동차 강국인 독일로선 자존심을 걸고 물러설 수 없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B리모티브 해체가 시간 문제일뿐 예견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사가 결별할 경우 SB리모티브 지분 전량을 삼성SDI가 인수한 뒤 IT에서 전기차·ESS용 2차전지를 아우르는 종합 배터리 업체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SB리모티브가 BMW·크라이슬러 등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한 상황이어서 재계약에 따른 진통은 남아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이 당초 기대보다 더디게 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없다면 양사의 협력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