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은 많다. 결정적인 순간에 안타를 때릴 수 있는 해결사,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마구를 던지는 선발투수와 점수를 지켜 승리를 안겨주는 마무리 투수가 그런 사람들이다. 이런 선수들은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눈에 띄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눈에 띄지 않으면서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를 연결해주는 중간 계투 요원, 미들맨(Middle Man)이 있다.
예전의 삼성 정현욱 선수, 그는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 사이에 언제나 교체투수로 투입된다. 그는 명예로운 선발투수도 아니고 관중들의 갈채를 한 몸에 받는 마무리 투수도 아니다. 선발과 마무리 사이에서 언제 투입될지 모르는 미들맨이다. 미들맨은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 사이에서 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 눈에 띄지 않는다. 미들맨인 정현욱 선수에게 주어진 임무는 딱 한 가지, 선발투수가 제 힘을 다 한 뒤 마무리 투수가 화려하게 등판할 때까지 그저 묵묵히 버티고 견뎌내는 것이다. 때로는 한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때로는 한 이닝만을 소화하기 위해, 때로는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미들맨은 묵묵히 공을 던질 뿐 불평하지도 불만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묵묵히 미들맨으로서의 자리를 지켜온 정현욱 선수는 마침내 서른 한 살의 나이에 2009년 WBC 국가대표로 선발돼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다. 그는 미들맨으로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일본전과 멕시코전에서 위기 때 등판해 무실점으로 봉쇄한다. 그는 미들맨이었지만 진짜 믿을 수 있는 `믿을 맨`이 되었다. 당시 김인식 국가대표 감독은 “정현욱 선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많은 걱정을 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진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진가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보이는 진가를 보기 전에 보이는 진가를 만든 숨은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한 번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정현욱 선수야말로 야구의 에스프레소 맨이 아닐까.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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