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4조원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에서 개발 조달이 아닌 상용 라우터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방부가 TICN 사업에 상용 라우터를 쓰기로 잠정 결정하고 구매 절차에 착수했다. 라우터는 하나의 망을 여러 개로 쪼개는 장비로 통신망 구성시 핵심 장비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사업을 수행하는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위산업체 A사는 1월 시스코 등 4~5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조사를 마친 뒤 최근 두 개 회사를 라우터 납품 후보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기존에 수립한 작전요구성능(ROC)에 이들 회사 상용 제품이 만족하는지를 살펴본 후 최종적으로 공급업체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ROC에 부응하면 상용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준에 못 미칠 경우 다시 개발 조달을 하든, 업체에 추가 개발을 의뢰하든 수준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에는 일부 우려가 제기된다. 차세대 전술망을 꾸민다는 TICN 사업 취지에 비춰 봤을 때, 신기능이 필요할 경우 장비 교체 없이 기능 구현이 가능한 개발 조달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차세대 전술망을 구축한 미국의 경우 국방부 요구사항에 따라 복수 이상 방위산업체가 시스코, 주니퍼 등 자국 회사와 함께 군 전용 라우터를 먼저 개발하고 비딩(bidding)을 통해 미군에게만 해당 제품을 납품했다.
`전용제품 개발`과 `경쟁을 통한 업체 선정`이라는 두 가지 절차로 장비 경쟁력과 보안성을 높인 것이다.
네트워크 업체 한 임원은 “상용 라우터를 선택하면 구매 절차와 유지보수 등에서 방산업체에게 편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신 추가기능 구현이 어렵고 장비업체 스펙이나 기술 지원 범위에 따라 전체 망 수준이 결정되는 등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므로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와이브로와 마이크로웨이브 등의 기술을 이용해 군의 지휘통제 및 무기체계를 유·무선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군용망 고도화 사업이다. 삼성탈레스, LIG넥스원,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각각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2020년까지 4조5000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