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가 백화종 신임 위원장 시대를 맞았다.
백 위원장은 올해 진흥과 규제라는 본래의 책임은 물론이고 사후관리 체제로 전환하는 게임위 조직개편이라는 막중한 과제까지 맡았다.
그는 게임위의 상황을 “규제와 진흥이라는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숙명”에 비유했다.
국민일보 창간 멤버로 시작해 정치부장, 편집국장, 부사장까지 역임하면서 39년이 넘게 `신문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게임이라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지기 전에 난제가 던져진 셈이다.
전임 이수근 위원장은 신임 위원장에 대해 기관 운명이 달린 상황에서 꼭 필요한 대외 섭외력과 설득력에 인간미까지 갖춘 인사라고 평했다. 이는 정부나 국회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와도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바라봤다.
백 위원장도 사전심의 민간이양을 앞두고 게임위가 누구보다 게임업계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전심의 노하우 공유뿐만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에만 맡겨둘 수 없는 사후관리 문제 등 다양한 규제 현안을 함께 풀어나가자고 제의했다.
“게임업계도 숱한 규제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게임위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슬기로운 대처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생각도 밝혔다. 아케이드 게임 및 청소년불가 게임을 제외한 게임물의 사전심의 민간이양이 이뤄지면 게임위 조직개편이나 인원 축소는 불가피하다. 올해 말 중단되는 국고지원도 새 틀에 맞춰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행정기관으로서 규제와 진흥이라는 두 가지 난제 속에 조직 생존까지 답보해야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맡겨진 셈이다.
백 위원장은 “조직원들이 생존권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일부 업무가 민간에 이양되더라도 사후관리는 다른 기관이 대신할 수 없는 게임위 고유 업무”라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인력 감축이나 규모 축소를 최소화해야 게임위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매년 국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일인당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해졌고 연구나 홍보 등 지원 업무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백 위원장은 아케이드 게임 부분을 게임위 고유 업무 영역으로 남겨둔 것은 그만큼 공익을 강조해야 하는 부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향후 부족한 부분도 법령 개선 및 심의 가이드라인 개선으로 예측 가능한 심의를 진행하면 민원도 함께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운명의 기로에 있는 게임위인 만큼 새 인생을 시작한 백 위원장에게도 올해는 중요한 시기다. 백 위원장은 최근 제인 맥고니걸의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며 게임의 순기능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게임 전문가는 아니다”라면서 최근 아들을 선생 삼아 `게임공부`까지 시작한 사연도 고백했다. 그에게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다.
그는 “게임위는 누구보다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구”면서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