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산업 효과 고려해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5년간 통신설비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적 파급 전망전기통신 설비 제공을 둘러싼 개정안이 진통을 빚고 있다. 급기야 24일 기술검증 공청회는 주요 KT 공사협력업체가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연기된 공청회는 다음 달 2일 열릴 예정이다. 광케이블 설비 제공 범위 논란, 전용회선 경쟁 상황에 대한 이견에 이어, 중소 시설설비 구축업체 입장까지 첨예하게 갈리면서 설비 제공 고시 개정은 당분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쟁 완화에 따른 설비 시장 개방이라는 명분 못지않게 시장 활성화, 설비 고도화 등 중장기적인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고시 개정안 쟁점은=사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설비 제공 제도의 배경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전기통신 설비제공 제도는 관로·전주·광케이블 등 필수 설비를 경쟁사업자가 쓸 수 있도록 개방하자는 취지다. 방통위는 유선통신 부문에서 의무 제공사업자인 KT로부터 설비를 더욱 원활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공 조건과 대가 산정 기준(고시)을 개정하겠다고 지난해 말 행정 예고했다.
정부 방침은 시장지배력 사업자인 KT의 설비를 개방해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기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KT가 크게 반발하는 데는 설비 공유에 따른 효과보다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설비 개방을 확대하게 되면 오히려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경쟁업체와 불평등한 경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무엇보다 고시 개정 주 대상인 전용회선 시장이 정부에서 판단하는 만큼 시장 지배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여기에 협력업체까지 실력 행사에 나선 데는 개정안으로 유선사업자가 설비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중소 정보통신공사 일감이 크게 줄고 결국 생존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용회선 시장 경쟁 상황은=쟁점은 과연 KT가 시장 지배력 사업자인지에 달려 있다.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방통위 규제심사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재검토를 요구하고 필수설비 공동 활용제와 관련해 기술 검증 전담반을 운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를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기준도 다를 뿐더러 단순히 보유 설비뿐 아니라 시장에서 지위, 경쟁사 진입 제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개정안 대상인 전용 회선 시장이 `유효 경쟁`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점유율을 봤을 때 KT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KT 전용회선 매출액은 2000년 85.4%에서 2010년 39.3%로 하락했다. 연간 회선당 수익도 KT는 255만원으로 LG유플러스 650만원에 비해 40% 미만이다. 단지 아직도 백본에서 댁내까지 최종 선로인 가입자망 대부분은 KT가 선점하고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단기가 아닌 중장기 효과 따져야=설비 개방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한 선순환 경쟁 구조의 정착이다. 가입자단까지 광케이블 구축은 유선 설비 고도화를 위한 필수 과제다. `IT강국`이라는 명성도 따지고 보면 과감한 설비투자를 위한 유인책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경쟁 활성화라는 단기성과만 고려한다면 광케이블 제공 유인 효과는 줄어들고 미래 수요에 대비한 사전 투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KT연구소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투자 감소액은 6872억원, 전체 통신사업자 기준으로 1조5071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생산 감소액도 KT가 1조2910억원, 전체 2조8311억원으로 내다봤다. 설비 개방에 따른 직접 수혜 대상자가 결국 직접 경쟁사인 LG·SK와 같은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결국 저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만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권오성 세명대 교수는 “네트워크 투자 유인, 시장 경쟁 활성화, 이용자 효용 등 종합적인 상황 판단 아래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5년간 통신설비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적 파급 전망
(출처:KT경제경영연구소)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