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과 2012년, 국내 한 손해보험사와 지방자치단체에 사용하지 않은 국제전화 비용이 대량 청구된 사건이 각각 발생했다. 수사 결과 유럽의 한 해커가 이 회사와 지자체의 인터넷전화(IPT) 교환기를 해킹해 반복적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화요금 절감 등 효율성을 위해 IPT를 도입했던 이들은 취약한 보안 때문에 오히려 사용하지 않은 요금까지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인터넷망에 음성데이터를 싣는 보이스오버IP(VoIP) 시장이 커지면서 통신보안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이 분야 보안장비 및 솔루션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IPT 시스템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외부공격에 취약해 도·감청, 부당요금 청구, 분산서비스공격거부(DDos)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 초 IPT를 도입한 일부 기업과 지방자치 단체에서 연이어 보안사고가 터졌다.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IPT는 유선과 달리 해킹하면 전화 시스템 전체를 사용할 수 있어 부당 요금청구 등 2차 피해가 크다”며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보안솔루션 도입을 서두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IDC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VoIP 시장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작년에 비해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인터넷전화(IPT) 구축사업이 본격화 되며 VoIP 전용 방화벽 등 보안 솔루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IPT 전환대상인 전국 558개 공공기관 중 사업을 완료한 곳은 2월 현재 약 14% 수준으로 아직 실시하지 않은 곳이 86%에 달한다. 공공기관은 국정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IPT 도입 시 암호화, 망분리, 기기인증 등 별도 시스템 마련이 의무화돼 있어 보안 솔루션이 꼭 필요하다.
금융산업 역시 의무적으로 보안 장치를 갖춰야 한다. 금융보안연구원은 지난 2010년 12월 발표한 `VoIP 보안가이드`를 통해 인터넷전화, 통합커뮤니케이션(UC) 등을 도입하는 모든 사업자가 보안장비를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국내업체들도 전용 솔루션 및 장비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사 소프트스위치에 VoIP 보안 콘트롤러를 탑재해온 LG에릭슨은 올해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 이승도 LG에릭슨 상무는 “지난해 VoIP 솔루션에서 기대 이상 성과를 올렸다”며 “시장이 더 확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역시 이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아직 대기업 제품이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추지 못해 전문성으로 시장을 뚫는다는 전략이다.
윈스테크넷은 VoIP 프로토콜로 특정 전화번호를 구별해 차단하는 특허를 지난해 취득, 자사 제품에 적용했다.
내달 VoIP 방화벽 제품을 선보일 계획인 파이오링크의 조영철 사장은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VoIP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IPT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보안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