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새끼손가락 길이의 하얗고 둥그런 센서를 얼굴에 가져다대니 몇 초 뒤 스마트폰이 피부 습도를 보여준다. `29%`. 충분한 수분섭취와 보습 크림이 필요할 것 같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면 보습 제품을 살 수 있는 쇼핑몰을 안내해준다.
수원에 있는 중소기업 아롱엘텍이 3월 양산하는 피부습도측정기 `더마스캔`이다. MWC 2012 행사장에 전시된 이 제품의 브랜드는 `스마디(SMARDI)`. 스마디는 어느 한 기업이 아니라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주변기기 생태계를 만들고자 정부 지원 아래 16개 기업이 모인 사업단 이름이다.
MWC 2012에서 IT 코리아를 알리는 또 하나의 주역은 벤처기업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벤처기업과 더불어 이미 해외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는 기업까지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뽐내며 방문자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번 행사에서 단독 부스를 차리는 스마디는 더마스캔을 비롯해 인형에 장착할 수 있는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 `돌리`, 스마트폰 전용 케이스 형식의 게임패드 `플레이플러스`, SNS와 연동한 실내식물재배기 `그린펫`, 스마트폰용 음주측정기 `에이스캔` 등 스마트폰 주변기기 17종을 선보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장에서 만난 최재붕 스마디 사업단장(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은 “국내 중소기업 생산력과 스마디 사업단의 기획·디자인 역량, 삼성전자·KT 등 참여 대기업 마케팅 파워가 한데 모인 브랜드”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로 행사에 나왔다”고 말했다.
크지 않은 부스지만 지나가는 방문객 눈길을 잡아끄는 건 디자인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제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뽐낸다. 각각 다른 기업이 내놓은 제품답지 않게 통일성도 있다.
스마디 사업단 디자인을 맡은 필립스 수석 디자이너 출신 데니안 김 팀장 등 디자인팀의 뛰어난 역량 덕분이다. 최 단장은 “제품 컨셉트를 기획하면 디자인을 우선시해서 제품 성능을 그 안에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며 “디자인 컨셉트는 사용성을 강화한 `인간 중심형`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디가 내놓은 제품들은 모두 단순한 주변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계한 제품이다. SNS 연계와 서드파티 참여를 활용한 생태계 확장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코트라(KOTRA)가 마련한 한국관에서 MWC 2012에 참여한 국내 벤처·중소기업 제품 기술력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한국관에는 한글과컴퓨터·네오엠텔·이니셜티·디지털아리아 등 14개 중소기업과 SK C&C 등 총 15개사가 참여했다.
이니셜티는 그동안 주력해왔던 영상전송 기술을 십분 살린 페이스북용 SNS `핑거아이`를 내놨다. 사진 대신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페이스북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앱이다. 네오엠텔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기업에도 수출한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론처 프로그램 `맥스홉`으로 유럽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알서포트 원격지원솔루션, 한글과컴퓨터 모바일 오피스, 올라웍스 얼굴인식 솔루션, 티모네 전자결제솔루션 등 대부분 국내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 받은 제품들이 방문자 눈길을 끌었다.
KOTRA 관계자는 “SK텔레콤·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도 MWC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