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셔키 지음, 갤리온 펴냄
인류 최대의 발상은 뭘까요? 불? 문자? 원자력?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영국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으뜸으로 꼽았습니다. 최근 나온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 (존 판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이 50가지 아이템을 뽑은 것을 두고 네티즌들이 투표한 결과 그렇답니다. 온라인 투표니 그럴 만도 하지만 선정 이유를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답니다.
지구촌 20억 명이 연결되어 “인류는 거대한 하나의 두뇌가 되었다”는 설명이었거든요. 실제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는 눈부십니다. 게놈 프로젝트에 이바지한 것처럼 집단 연구에도 쓰임새가 있고, 이집트 등 민주화 혁명도 인터넷과 SNS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8년 서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시위`도 인터넷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죠.
이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례로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이 자살한 예를 들 수 있죠. 하지만 찬반 여부에 무관하게 인터넷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인 건 분명합니다. 그러니 어떤 변화가 올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개인도요.
이 책의 지은이는 낙관론자입니다. 미국 뉴욕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인 그는 이미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란 책으로 미래사회를 조망하는 탁견을 제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이 책에선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언을 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으로 연결되면서 인류는 1년에 1조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자원을 `인지 잉여`라 부르며 이를 선용한다면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을 폅니다. 예를 들어 그 여가 시간의 1%만 창조의 공유에 쓰면 100개 이상의 위키피디아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왜 누구나 참여해 기고, 수정할 수 있으면서 충실도에서 그 유명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능가한다는 온라인 백과사전 말입니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현상을 예로 드는데 흥미롭게도 촛불시위에 참가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팬 이야기도 실렸습니다.
가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산업혁명이라 배우는 그 시절, 영국에 살던 이들은 자기네가 혁명의 와중에 있다는 걸 알았을까 하는 거죠. 격랑에 휩쓸여 있을수록 자기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꼭 읽어둘 만합니다. 미래를 읽는, 쉽고 흥미로운 `지도`니까요. 지난해 출간되어 여러 곳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책 속의 한 문장: 자유의 증가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질 낮은 작품들은 실험을 수반하며 그 실험 끝에 결국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평균적인 질은 떨어졌지만 그만큼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탁월한 품질의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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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