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할말없다`와 `책임통감`

이명박 대통령의 22일 특별회견을 두고 정가와 인터넷이 뜨겁다.

회견 일정이 공표되자마자 친인척·측근 비리나 내곡동 사저 문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관심도 컸다.

회견 중계가 끝나고 민주통합당은 곧바로 “너무나 실망스럽다”는 논평을 내놨다. 직접적 사과 발언을 하지 않은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국민께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측은 “사과가 사과한다라고 꼭 말해야만 이뤄지는 것이냐”며 “심정을 표현하며 진솔하게 사과의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견 내용상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를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위로 받으려하기 전에 대통령을 위로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연을 밝힌 것이나, “남은 1년을 이들이 이제 좀 나아졌다고 하도록 최전력을 쏟겠다”고 한 것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할머니도 계신데 대통령 주변의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비리를 저지른 것에 가슴이 막히고, 할 말이 없다고 한 것이다. 연결 고리는 잘 잡았으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못된 일로 봤다면 “책임을 통감한다” 정도의 표현은 담겼어야 한다.

한미FTA, 원자력발전, 제주 해군기지 등 사회 각계의 반대 의견이 돌출된 사안은 정치적 이용 보다는 국익 차원의 선택, 미래를 내다본 결정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치적 해석이나 이용을 경계하자고 하면서 현 제1야당 대표나 전 정부 인사의 실명을 여러 차례 거론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것 자체가 정치적 발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 4년 평가와 함께 남은 1년의 다짐이 담겨있는 중요한 회견이었다.

말로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과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정서에 얼마나 다가섰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