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퀄컴코리아 부사장 "한국 R&D 성과 칩 로드맵에 채택"
퀄컴의 한국 R&D센터가 오픈 2년 만에 사업화로 이어질 R&D 성과(시제품)를 일궈냈다. 이 성과는 향후 퀄컴 칩 로드맵에도 들어간다. 본사는 2년 만에 이룬 성과라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태원 퀄컴코리아 부사장 겸 연구소장은 “한국의 R&D 실력은 글로벌에서도 인정한다”며 “연구원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퀄컴 R&D센터 채용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국R&D센터 역시 본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서류와 전화인터뷰를 거쳐 통과한 사람은 일 대 일 면접을 진행하는데, 면접 시간이 자그마치 8시간에 달한다. 퀄컴이 원하는 기술 수준에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 외 배경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그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리 프로젝트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도 뽑지 않는다. R&D 파트는 하루 이틀만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덜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프로젝트를 함께 할 적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R&D 방식을 봐도 그렇다. 퀄컴 R&D 방식은 대부분 바텀업(bottom-up)이다. 위에서 프로젝트를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진행한다.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 보고 이를 향후 사업부에서 평가한다.
이 부사장은 “나를 포함한 한국R&D센터 연구원들이 8~9개월 동안 50명이 넘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일 대 일 면접을 봤지만 몇 달간 한명도 뽑지 못한 적도 있고 어떤 때에는 한달 만에 두 명을 채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입 연구원들 면접에 투자한 시간만 총 400시간이다. 그 400시간이 허공으로 사라졌다고 해도 우수 인재 1명을 뽑기 위해 그만한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 덕인지, 한국 R&D 센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두 개는 사업화 결정이 났다. `룩(look)`과 `리슨(listen)`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한국R&D센터에서 프로토타입까지 개발한 후 좋은 평가를 받아, 사업부로 이관했다. `룩` 프로젝트는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문자를 인식하고 번역까지 해주는 기술을 개발한 프로젝트다. `리슨`은 주변의 소리를 감지해 이 소리가 무엇인지 스마트폰 스스로 판단하는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을 향후 퀄컴 칩에 장착된다. 룩 프로젝트는 지난 해 오픈한 인도 R&D에 전수되기도 했다. 언어가 다양한 인도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현재 퀄컴은 미국 본사 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영국, 인도 등 5곳에 R&D 센터를 두고 있다. 한국 R&D 센터에는 15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퀄컴은 인원제한없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과거 프로세서에는 속도나 전력 등 일반적인 성능을 내는 기능만 담겼지만 앞으로는 응용기술을 프로세서 내에 엔진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 R&D센터에서는 칩에 필요한 다양한 엔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