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 <31>고씨 집안의 다섯 아이들

둘째 아이는 고민(苦悶), 셋째는 고심(苦心), 넷째는 고독(孤獨), 다섯째는 고뇌(苦惱), 장남이 고통(苦痛)이다.

둘째 고민은 언제나 머리로 생각만 한다. 무엇을 해야 된다고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생각에 꼬리를 물고 생각만 하다가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지나간다. 고민만 하는 사람에게는 `고민`하는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모른다.

셋째 고심은 고민의 골이 깊어져 심각하게 고민한다.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심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지만 쉽게 답이 보이지 않는다. 딜레마 상황에 빠져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넷째 고독은 홀로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늘 무언가에 쫓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유일한 약은 고독을 친구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독해지지 않으면 자신과 대화할 시간도 없고 언제나 다른 사람, 다른 사물, 다른 환경, 다른 정보에 눈이 팔려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다섯째 고뇌는 고민과 고심, 그리고 고독보다 생각의 깊이는 물론이고 넓이를 확장하면서 치열하게 생각한다. 고뇌는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고 이런저런 책도 읽어봤지만 고민하는 문제, 고심하고 있는 이슈, 고독한 경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만난 것이다.

둘째 고민이부터 다섯째 고뇌까지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로 생각만 하고 있을 때, 장남 고통이가 들어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도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몸을 움직여 생각한 바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꾸짖는다. 그래서 고통이는 고민, 고심, 고독, 고뇌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서 동생들이 고민하고 고심하며 고독한 시간을 보냈던 시간을 반추하며 대안을 모색해본다.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을 움직여 고통을 체험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몸으로 직접 고통을 겪어봐야 엉뚱한 생각, 쓸 데 없는 생고민과 고심, 홀로 보낸 고독한 시간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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