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기업의 `초심`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일본과 독일의 광학 기술은 약 100여년전 군수산업에서 태동했다. 당시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잠수함, 곡사포, 전차, 전투기, 저격용 망원렌즈 등을 개발해 전투력을 높였다. 일본도 전쟁 무기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광학 기술을 적극 연구했다. 일본은 견고한 광학기술은 물론 높은 수압과 염분, 방수성 등까지 겸비해야 하는 잠망경을 만들기 위해 독일과 손잡고 기술을 상호 교류했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피폐해진 일본은 카메라 사업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현재의 니콘, 캐논, 올림푸스 등 글로벌 카메라 및 렌즈 제조사 대다수가 일본 기업인 것은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독일도 라이카 카메라를 비롯해 칼자이즈, 슈나이더 등 유명 카메라·렌즈 기업을 다수 보유했지만 일본 기업 위상에는 못미친다. 일본이 독일의 앞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결과다.

세계 카메라 시장 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견고한 DSLR 시장에 대응해 많은 제조사들이 미러리스 카메라로 DSLR 아성 무너뜨리기를 시도한다. 세계 DSLR 시장을 양분한 캐논, 니콘에 맞서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니콘 등이 미러리스 카메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기업 중 유일하게 카메라를 제조하는 삼성전자도 주력 제품으로 미러리스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개최된 카메라 전시회는 니콘, 캐논,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 세계 카메라 제조사들이 자웅을 겨룬 자리였다. CES, IFA, MWC와 같은 세계 유명전시회에서 트렌드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모습은 아쉽지만 보이지 않았다. 일본기업들은 TV, 반도체, 휴대폰 등은 국내기업에게 선두 위치를 내주었지만 카메라 만큼은 산업계가 똘똘 뭉쳐 앞으로도 주도권을 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메라 시장은 급변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불가능이라 여긴 사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켰던 초심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듯 싶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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