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업계, 유럽시장이 딜레마

국내 셋톱박스업계가 올해 유럽시장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방송시장 호재인 각종 대형 행사가 예고돼 있으나 실물경기가 이를 받쳐줄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업체들은 일단 올해 보수적인 매출목표를 수립하고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유럽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셋톱박스업계는 최근 2년간 이어지고 있는 유럽 경제 위기로 쓴 맛을 봤다. 휴맥스, 홈캐스트, 가온미디어 등 주요 셋톱박스 업체들의 지역별 매출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유럽지역 매출은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유럽시장이 하이엔드급 제품 수요가 높아 타 지역 대비 이익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더욱이 올해 영국에서는 런던 올림픽이 열려 HD 방송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유럽컵도 호재다.

총 매출의 23%가 유럽에서 나오는 홈캐스트는 유럽 매출은 2010년과 비교해서는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실적이 악화돼 난감해 하고 있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현지 경기가 현저히 나빠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올해 올림픽과 유럽컵이 대형 호재지만 실물 경기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좋아질지 가늠할 수 없어 일단 보수적으로 매출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시장이 총 매출의 55% 이상 차지하는 가온미디어는 지난해 유럽 경기 침체로 전체 실적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올림픽과 유럽컵이 있어 내부적으로는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하반기 유럽시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회복할지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보수적으로 성장 목표치를 잡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셋톱박스 시장의 약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휴맥스도 비교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0년 유럽지역 매출이 3942억원으로 총 매출의 39%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2866억원으로 줄었다. 매출 비중은 29%에 그쳤다. 올해는 줄어든 유럽시장 매출을 전년대비 약 20% 상승한 3500억원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에서 유럽 지역 최초로 홈 미디어 서버(HMS) 제품을 소매시장 중심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국에서 스마트 셋톱박스와 HD PVR(개인용 영상 녹화기)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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