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중소기업 혁신에 `크라우드 소싱` 적용하라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 한 청년이 멀티탭에 큰 코드를 꽂아도 서로 방해되지 않는 디자인을 발명했다. 큰 코드를 꽂았을 때 바로 옆에는 끼우지 못하는 문제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해결한 것이다. 이 디자인을 경진대회에 출품해 수상했다. 그러나 수상으로 얻은 것은 티셔츠 한 장뿐이었다. 상품화하지 못한 채 사장될 상황이었다. 몇 년 후 이 디자인은 콜키닷컴(quirky.com) 커뮤니티 참여자 의견으로 개선해 상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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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솔리드웍스 월드 2012`에서 조이 돈 솔리드웍스 제품관리 디렉터와 아이팟을 디자인한 토니 파델 전 애플 부사장이 크라우드 소싱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대표적 `크라우드(Crowd) 소싱` 사례다. 최근 크라우드 소싱이 기업 혁신 화두로 떠오른다. 모든 자원을 갖춘 대기업보다 중견, 중소기업에서 크라우드 소싱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의견으로 제품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내부 혁신과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계도 적지 않다. 커뮤니티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못한 아시아 지역 기업에는 아직은 먼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솔리드웍스, 올해 혁신 화두로 제시=크라우드 소싱이라는 용어는 지난 2006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세계적 가전업체 월풀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 참여를 활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으로 월풀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제안을 수용, 신제품에 반영했다. P&G, 델도 제품개발에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했다. 그러나 크라우드 소싱은 이러한 몇몇 기업들 노력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솔리드웍스 월드 2012`에서 한동안 잊혔던 크라우드 소싱이 화두로 제시됐다.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는 “서로 다른 분야 사람들이 협업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며 대응방안으로 크라우드 소싱을 제안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과거보다 더 활발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참여자들은 매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크라우드 소싱 장점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 폭이 넓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문제해결 방안이다. 단점도 있다. 큰 문제는 커뮤니티 참여자 태도에 있다. 참여자 생각과 기대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의견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기업 혁신에 적용할 만큼 깊이를 갖고 있는 제안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중소기업 도입 검토 활발=크라우드 소싱은 과거 월풀, P&G, 델 등 대형 기업에서 도입했다. 최근에는 내부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도입을 활발히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스트의 `자동온도조절계`다. 네스트는 애플 아이팟 디자이너였던 토니 파델이 설립한 회사다. 제품은 토니 파델이 친환경 집을 지으면서 생긴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디자인했다. 바닥에 있는 센서로 사용자 패턴을 학습할 수 있게 하거나 아이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로 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 토니 파델 CEO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크라우드 소싱을 적용하고 있다”며 “신제품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해저 관측 네트워크 사업도 크라우드 소싱 사례다. 사업에서는 수백개 수중 장비들을 인터넷과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데이터를 전송받은 세계 연구기관은 자연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공개해 대중이 크라우드 소싱으로 과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된다.

콜키닷컴은 크라우드 소싱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예다. 콜키닷컴은 매일 커뮤니티에 등록된 300개 아이디어 중 참여자 투표로 1주일에 2건을 선정한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상품화한다. 콜키닷컴 커뮤니티에는 수십명의 산업디자이너와 기계공학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도움으로 지난해 6월 생산해 20만개 제품을 팔았다. 수익은 아이디어 제공자와 상품화에 관여한 커뮤니티 회원들이 나눠 갖는다. 번 카프만 콜키닷컴 CEO는 “더 이상 의사결정은 회의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며 “의사결정은 협업으로 어디에서나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미국)=


버나드 시콧 솔리드웍스 CEO

-크라우드 소싱이 무엇인가.

“크라우드 소싱은 발명·팀워크·소통이 합쳐진 것이다. 회사 규모가 작으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상품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다른 사람과 연계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커뮤니티가 해결해 줄 수 있다. 커뮤니티 안에는 같은 생각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솔리드웍스는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하는가.

“솔리드웍스 고객사는 대부분 작은 규모 기업이다. 이들에게 설계 소프트웨어(SW)와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솔리드웍스 사용자 커뮤니티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스스로 찾지 못한 경영혁신의 답을 얻기도 한다. 현재 솔리드웍스 사용자는 170만명이다. 올해 말에는 200만명을 돌파하게 될 것이다.”

-올해 크라우드 소싱을 화두로 던진 배경은 무엇인가.

“솔리드웍스 커뮤니티 규모가 많이 커졌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용자에게 스스로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크라우드 소싱을 화두로 제시했다. 사용자 한명 한명은 작고 혼자지만, 커뮤니티로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들에게 크라우드 소싱으로 혁신하는 방법을 제공하려고 한다.”

▲용어설명:크라우드 소싱=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 합성어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내부 혁신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자 기여로 목표를 달성하면 수익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소셜미디어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크라우드 소싱이 기업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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