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가 뚫린지 40년이 넘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총 연장 416㎞에 이르는 국가 대동맥이다. 이는 전국을 1일 생활권화함으로써 국내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고속도로 등장은 물류 혁신으로 이어졌다. 생산 및 소비활동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신산업을 태동시키고 발전시켰다.
고속도로의 수익모델은 통행료가 대부분이다. 실제 한국도로공사의 지난해 수입 가운데 통행료는 3조1298억원으로 부대사업수익 1458억원에 비해 20배나 많았다. 물론 도로공사는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열심이다. 통행료 수입 외에 미래사업 매출 1조원을 비전목표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를 위해 물류사업이나 운수사업 등을 독점하겠다거나, 특정 사업자의 버스나 트럭의 고속도로 출입을 제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고속도로의 경우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최근 통신망 시장에서 벌어졌다.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자사 인터넷망 접속을 차단했다. 비록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로 봉합됐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은 그동안 이어져 온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 논란이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망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지난 2003년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팀 우 교수가 처음 제시했고,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원칙을 정립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스마트TV를 둘러싼 망중립성 논란은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양자의 이해관계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애정남이라도 출동해야 할 판이다. 더이상 이번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동안 많은 사업자들이 통신망을 고속도로망에 견줘 설명해 왔다. 통신망과 고속도로망은 모두 국가 기간망으로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비즈니스 모델에도 유사한 부분이 많은 때문이었다. 지금 시점에 한번쯤 되짚어 봐야할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