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임시국회 처리가 유보됐다.
SW산업 발전과 건전한 SW 생태계 구현을 위한 정부의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를 준비해 온 중소 SW기업 전략에도 수정이 예상된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과 모바일 투표제 도입 등 정치관계법을 놓고 대립하면서 15일과 16일로 예정됐던 법사위가 잇따라 무산됐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심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법사위 처리 및 본회의 상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16일과 17일 사실상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남겨놓고 있지만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17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
여야가 17일 본회의 이후 산적한 법안 처리를 위해 이달 중 추가 임시국회를 연다면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만큼 내주에 추가 임시국회가 개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낱 희망은 남겨진 셈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 전면 제한을 골자로 하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당시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SW산업진흥법은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안이자 지경위의 가장 중요한 법안으로 절대 포기 할 수 없다”며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소 SW기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 SW기업 한 관계자는 “SW산업 발전을 막는 걸림돌을 해소하고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여야 정치쟁점으로 지연돼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중소 SW기업은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공공정보화 시장참여 확대로 안정적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어 SW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건전한 SW 생태계 조성을 앞당길 수 있다며 적잖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에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통보나 다름없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 이후 적잖은 위기감을 토로한 대기업은 의견 표명을 유보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 해 10월 정부가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한 이후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가 SW산업진흥법 개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SW산업진흥법 개정이 지연된 것일 뿐 대세와는 무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18대 국회에서 입법이 지연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SW산업진흥법 개정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정태근 의원을 비롯해 총 10명이 공동 발의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IT서비스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 독과점 폐해를 해소하면서 중소 SW기업을 보호해 SW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SW생태계를 구현한다는 목적을 담았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에게 사업금액에 관계없이 국가기관 등 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중소 SW기업 공공정보화 사업참여 확대를 위해 현재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정보전략계획(ISP)사업 및 시범 사업에도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이 외에도 대기업인 SW사업자 사업참여 하한규정 적용과 관련된 국가기관 등 통합발주 증가에 따라 중소 SW기업 사업참여 기회가 축소되는 문제가 있음을 감안해 하한 근거가 되는 사업금액을 `둘 이상의 SW사업을 일괄발주하는 경우에는 각 사업의 금액`으로 규정하는 등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공정보화 시장 구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SW산업진흥법 개정이 18대 국회에서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입법 이전까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모적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