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계의 염원이던 `그랜트제`가 올해부터 도입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과제 예산은 지원하되 연구결과를 평가하지 않는 미국과학재단(NSF)의 그랜트 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재단이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연구자들에게 창의적·도전적인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기존에는 연구비 규모가 작은 `풀뿌리` 기초연구라 하더라도 비용 정산보고서 제출과 연구결과 평가 등 복잡한 행정절차와 서류를 내야 했다.
재단은 이 제도를 이공계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이들 2개 사업은 연구비 규모가 매년 과제당 5000만원 정도로 다른 사업에 비해 적지만, 이공계 연구자의 3분의 1인 1만명 이상이 지원 대상이다. 혜택이 폭넓은 장점이 있다.
재단은 올해 일반연구자지원사업에 4270억원으로 8095개 과제 내외, 이공분야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에 150억8000만원으로 359개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연구자는 3쪽 분량의 성과 개요와 논문실적 등 주요 성과만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된다. 결과보고서 제출은 없다. 정산보고서도 별도 제출 없이 주관연구기관(연구책임자 소속기관)에만 내 자체 보관한다.
상위 15% 내외 우수한 성과를 창출한 연구자에게는 3년간 추가 지원하고(3+3년), 추가로 지원 받은 과제 중 우수 과제는 차상위 사업(일반연구→중견연구(핵심)→중견연구(도약))에서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
연구성과 부실 및 연구비 오용 등 부작용에 대해 재단은 나름대로 대응책도 만들었다. 중견연구 과제를 내기 위해서는 그랜트제 적용을 받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것. 최소 한 번 정도는 묻지 않고 과제를 주더라도 2회 이상은 안 된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전체 과제 5%인 300~400개 과제는 무작위 샘플링해 정밀 정산해 부작용을 막을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