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MD를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LCD사업 분사 후 SMD를 통합한 디스플레이 전문 계열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식도 복잡한데다가 최근 삼성LED 흡수 합병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OLED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부품 사업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2월 15일자 1·3면 참조
우선 평판디스플레이(FPD)라는 동일한 속성을 가진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대형 LCD 시황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LCD 라인을 OLED용으로 전환하는 등 투자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기술 노하우를 겹합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 중복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SMD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중소형 OLED 시장을 석권했지만, TV 등 대형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확보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LCD 부문의 기술 및 사업 노하우를 접목할 필요성이 있다. 투명 및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패널 개발 과정에서도 중첩되는 부문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 부품 사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TV, 휴대폰 등 완제품(DMC) 부문과 반도체, LCD를 포함한 부품(DS)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시장과 고객사들은 삼성전자를 하나의 회사로 인식한다.
반도체와 LCD 패널을 구매하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과는 경쟁사가 된다. 이 과정에서 부품 고객사들은 자사 정보가 경쟁사인 TV, 휴대폰 사업부에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명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반도체, LCD를 포함한 부품 사업부가 자세를 낮추고,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 않는 배경이다.
삼성전자가 LCD를 떼어내 디스플레이 전문 계열사를 설립한 것은 이같은 편견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별도회사로 운영함으로써 독립성을 강화하고 삼성전자외 고객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LCD사업부를 분사키로 한 것은 향후 OLED 부문까지 합쳐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부품 고객사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도 있다”며 “반도체까지 포함해 향후 삼성 부품 사업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반도체 사업까지 떼어내 별도 독립 부품사를 설립하는 방안과 일정기간 디스플레이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다 다시 삼성전자로 합치는 시나리오 등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대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디스플레이 자회사를 독립적인 회사로 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15일 LCD사업부 분사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에서 “LCD사업부 분할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혹은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LCD 사업부 분사는 이달 말 이사회 결의 및 내달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이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 작업도 상반기 중 완료될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