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스마트TV, 대립각 속 이용자 권익 보호 목소리 높아

전통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로 꼽히는 유선통신망이 차세대 융합 기기로 불리는 스마트TV와 상생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국내 굴지 제조사와 통신사가 힘을 뺀 하루였다.

KT와 삼성전자는 13일 내내 상대 허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공방전을 펼쳤지만 아직 미완성인 스마트 생태계 속성상 엇갈림이 계속됐다. 유일하게 양사가 의견을 같이한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발언대로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선협상, 후조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조속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쟁점 #1 `트래픽 과부하 유발했나`=삼성전자는 KT가 접속 제한조치 배경으로 밝힌 것과 달리 스마트TV가 네트워크 과부하를 일으킬 만한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 스마트TV에서 사용되는 HD급 용량은 IPTV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T 주장은 헤비유저가 타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일 뿐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다.

KT는 `민폐TV`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반박했다. KT는 전력수요량을 평균이 아닌 피크타임을 염두에 두고 관리하는 것처럼 통신망 역시 최고치를 고려해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KT 측은 “통신망 운영 경험 없는 삼성전자가 논할 바가 아니며 현 스마트TV 모델은 트래픽 독점으로 다수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TV`”라고 강조했다.

◇쟁점 #2 `스마트TV 서비스인가`=KT는 삼성전자를 단순 제조사가 아니라 `프리(pre) IPTV` 사업자로 간주했다. 스마트TV 앱 입점료 및 판매수익 분배, 광고판매 등 일부 유료 수익모델을 내고 있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분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으로부터 매달 사용료를 받는 IPTV와 달리 사용료를 받는 영업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일부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일으키는 수익이 있지만 대부분을 생태계 발전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개발자 대회, 콘텐츠 공급자를 위한 개발키드(SDK) 보급, 스마트TV포럼 운용 등이다.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무조건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스마트화하는 세계 ICT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일로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 주장이다.

KT는 유럽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 일부 통신사업자가 구글에 망 이용료를 별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KT 때문에 제조사 해외 진출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 흐름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쟁점 #3. `누구 책임인가`=두 회사는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놓고도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삼성전자는 방통위가 지난해 주관한 망 중립성포럼 회의에 빠짐 없이 참석했고 KT와도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방통위 망 중립성 정책이 정해져야 그 틀 안에서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을 KT에 전했다.

KT는 지난 1년간 수차례 공문과 미팅을 추진했지만 망 대가 문제가 나오자 협상이 중단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개별 협상을 중단하고 방통위 망 중립성 포럼으로 공을 돌렸지만 정작 망 중립성 포럼에서는 스마트TV는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T는 망 중립성 포럼에서도 삼성전자는 스마트TV와 PC는 별 차이가 없고 망 대가는 이용자에게 부과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 협의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쟁점 #4 `결론은 망 이용료`=날 선 공방 속에 두 회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난 것은 그나마 소득으로 평가된다. KT는 간담회 자리에서 스마트TV를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스마트TV에 안정적인 인터넷 품질을 제공하는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용자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제조사 등 협력사로부터 받는 망 이용대가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KT는 설명했다. 김효실 KT 상무는 “이용자에게 요금을 더 받으려는 게 아니다. 스마트TV 제조사 등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면 요금 전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망 이용대가를 기반으로 품질보장(QoS), 스마트TV 인터넷서비스 AS, 윈윈 모델을 만들고, 망 이용료를 내는 스마트TV 제조사는 구글 같은 플랫폼사업자에게 다시 과금하면 서로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KT 등 통신망 사업자와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도 지난해 협상에서도 KT와 공동 비즈니스 모델에서 협력하는 것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망 이용대가다. KT는 제조사가 플랫폼사업자 등과 함께 망 이용대가를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망 이용대가는 전제조건에 포함될 수 없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대립각을 풀 유일한 변수는 이용자다. 이용자 불만이 높아질수록 양측 모두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통신사업자가 특정 단말기 서비스 접속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방통위가 조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용자 부담이 높아지면 방통위가 더 빨리 움직이게 되고, 이는 곧 망 접속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KT에 강한 압박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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