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 차단` 사태가 양보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는 13일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T가 주장해온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 △삼성이 협의 자체를 기피했다 △유사 서비스사업자다”는 지적이 잘못됐다며 정면 반박했다. 삼성은 접속제한 금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해 대응한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KT도 이날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간담회를 갖고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일으키는 삼성 스마트TV로 인해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이 협상에 나서는 것을 포함해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스마트TV 접속 제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TV를 국내 80만대 정도 팔았고 KT의 접속 차단 피해를 보는 가구는 30만 정도라고 추산했다.
이경식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자는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TV가 IPTV의 5~15배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삼성은 디바이스 제조사일 뿐 인터넷망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서비스사업자가 아니라는 점도 밝힌다”고 했다.
삼성은 그동안 정부와 제조사·통신사가 참여해온 망중립성 포럼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 중었는데, KT가 일방적으로 접속을 차단한 것은 바로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KT는 삼성 스마트TV가 자사 인터넷망을 이용해 인터넷전화사업자나 IPTV사업자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하나TV`처럼 별도 망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KT는 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를 통해 지난 1년여간 협의를 제안했으나 삼성이 이를 회피하면서 TV 판매 이득만을 취해왔다고 맞섰다.
삼성 스마트TV와 다른 기기와의 형평성 논란에, KT 김효실 상무는 “아이폰은 트래픽을 발생시킨다는 전제로 유통되는 기기로 TV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는 이런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조율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겪은 과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스마트기기 제조사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소구할 방침이다. 삼성은 일단 여론과 방통위 견해가 삼성 측에 유리한 것에 고무돼 있다. 수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도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역시 막대한 통신망 투자비에 대한 역할론을 이슈화하기 위해 이번 삼성과의 대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15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 활동 이전에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접속 차단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이번 삼성과 KT의 대결은 단순한 두 대기업의 공방 차원을 뛰어넘는다. 통신사업자와 다양한 스마트기기 제조사 간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하는 다양한 기기가 확산되고, 제조사와 서비스사업자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 이번 사태의 해법은 앞으로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방통위의 정책 조율 능력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호준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