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못내는 기가인터넷, 통신사 "올해 상용 계획 없다"

정부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겉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내 통신사 기가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정작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추진을 꺼리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TV 등 향후 트래픽 폭증이 예상되는 시장 상황을 감안한 정부의 선제적 인프라 구축과 이에 따른 인터넷강국 지위 유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유선망 사업자들은 정부 방침에도 연내 기가인터넷 상용서비스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시범서비스 지역 추가 등 테스트 단계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올해 상용화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 역시 “현재 수준에서 확대 계획이 없다”면서 “시장 특성상 투자비용이 만만찮은데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KT는 2월 들어 기가인터넷을 위한 장비 기술조사에 들어갔지만 이후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협력사 사장은 “인프라 조건이 완벽하지 않고 사업성도 아직 검토 중이라 연내 상용화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이후 국책과제로 제시한 `기가인터넷 상용화`는 4년째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시범사업자 CJ헬로비전이 지난해 12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일부 지역에 한정됐고 가입자 역시 적어 `시작` 외의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신사가 기가인터넷 상용서비스를 미루는 까닭은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도 초기 정착을 위해 기가급 서비스에 월 1만9800원(4년 약정 기준) 수준 과금을 하는 정도밖에 못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2~3년 후면 유선 트래픽 처리 비용이 매출을 넘어서는 국면에서 통신사들이 추가 투자를 적극 집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유선인터넷은 치열한 경쟁구도로 인해 굉장히 낮은 금액에 서비스 되고 있다”며 “기가인터넷이란 이유로 갑자기 요금을 올릴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업체 한 임원 역시 “통신사가 `고속도로`를 닦아도 수익을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가인터넷을 위한 투자를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망 중립성 이슈 등 기업 서비스에 따른 대가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통신사에 부담이다. KT가 특정 스마트TV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끊는 등 유선망에 대한 통신사와 제조사, 콘텐츠프로바이더(CP)간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전체 인터넷 사용자 20%에 기가급 인터넷을 제공해 스마트TV 등 폭증하는 트래픽을 수용한다는 방통위 계획은 시장성 확보 등 현실적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사 한 임원은 “현재 100MB 이상이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어 아직 기가급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다”면서도 “유선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인터넷 강국 지위는 곧 내려놓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통위 측은 “올해 추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사업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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