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체르노빌 시계는 여기서 멈췄다.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올해로 26년째를 맞는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체르노빌 원전 주변은 아직도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수십만명의 암환자가 생겼고, 주변에 있는 동물 생식을 멈추게 했던 체르노빌 피해는 최근까지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엔 좋지 않은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지난 6일 일본의 한 언론이 보도한 방사능 지렁이 얘기다. 후쿠시마현 카와마을 지렁이에서 1㎏당 2만 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방사능 지렁이에 대한 자세한 조사 결과를 다음달 17일 일본 생태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우려하기에 충분한 소식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치 않은 내용으로 부화뇌동하기 보단 진득하게 결과 발표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지렁이 소식에 편승해 최근 인터넷에는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노출로 인한 돌연변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없는 사진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나서 관련이 없다고 한 예전 사진까지 다시 올라오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에도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많은 방사능 괴물들을 봐와야만 했다. 작년 4월엔 유튜브에 길이 4m의 메기와 거대지렁이, 괴물쥐 사진이 올라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진에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한 돌연변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일본서는 작년 5월 꽃송이가 두 개인 기형식물이 발견돼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이어 인터넷에는 일본 기형 식물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입이 한 쪽에만 피어있는 꽃, 줄기에 피어난 꽃송이 등의 사진이 줄줄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 뒤 사람 얼굴과 팔다리를 가진 강아지 등 방사능 노출로 인한 돌연변이 사진이 잇따라 올라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사실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내용이다.
대부분 방사능 노출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누리꾼은 동영상을 퍼다 나르며 방사능 공포감을 확산시켰다.
당시 누리꾼은 방사능 돌연변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우리도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진실과 부풀려진 소문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특히 원자력에서는 더 그렇다. 한순간의 오해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노출에 대한 피해 조사와 대처는 일본 후쿠시마는 물론이고, 26년이 지난 체르노빌일지라도 허점 없이 면밀하게 이뤄져야한다. 원전사고 당사국은 물론, 전 세계가 함께 짊어져야할 과제다.
근거 없이 불안감만 조장하는 방사능 괴물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국내 관련분야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문지식을 동원해 방사능 공포감을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거 없는 소문` 수준의 방사능 괴물을 사람들 마음속에 키워야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