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업계, “시스템 엔지니어(SE) 씨가 말랐다”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HW) 구축·운영·유지보수·관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엔지니어(SE)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역량 있는 SE는 안정된 정보기술(IT)서비스를 위한 필수 요소지만 HW에 대한 관심부족으로 업계는 SE 구득난을 겪고 있다.

시스템 구축과 서버관리를 주업으로 하는 A에서는 최근 한 달 사이 SE 여덟 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들은 동종업계 수평이동보다는 주로 HW 업계를 떠나 다른 일을 찾았다.

회사는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원 채용에 나섰지만 인재를 가려 뽑기는커녕 지원자조차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당장 고객사 시스템 관리 인력이 없어 기존 인력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A사 사장은 “수년 전만 하더라도 SE 채용 공고를 내면 원서를 내는 지원자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4년제나 2년제 대학졸업생은 물론이고 고교 졸업생 중에서도 SE에 지원하는 인력이 드물다”고 말했다. SE 인력의 학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SE 인재양성 학원 태부족=SE 부족 현상은 IT인력을 양성하는 학원에서도 확인된다. IT 인력양성 전문학원 솔데스크는 SE 과정 수강생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줄어들자 지난해부터는 SE 취업과정을 폐강했다. 수강생들이 프로그래밍이나 보안 쪽으로만 편중됐기 때문이다.

이재철 솔데스크 원장은 “최소 인원이 있어야 과정을 개설하는 데 최근 1~2년 사이에 SE 과정 지원생이 부쩍 줄었다”며 “아무래도 HW보다는 SW 개발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 위치한 대우직업전문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0년까지만 해도 졸업생을 HW 업체에 추천해 취업을 알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강생이 줄어 지난해 SE 양성 과정을 없앴다. 원생들이 HW 업계에 취업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IT산업 불균형 발전 우려=HW 업계 관계자들은 SE 기피 현상의 이유를 낮은 자기계발성, 국내 HW 산업 비전 저하, 높은 업무 강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발자처럼 본인이 창조적으로 시스템을 프로그래밍 하는 게 아니라 단순 서버 관리가 주 업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얘기다. 기업 HW 대부분이 외산 제품인 국내 HW 산업의 한계도 한몫을 차지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야간 근무처럼 `HW는 힘들다`는 선입견이 팽배하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 SW에만 편중된 국가 정책도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소 HW 업체들이 5~7년간 양성한 핵심 인력들을 대기업에서 자사 인력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주로 해당 직원이 관리하던 시스템의 고객사로 이직이 많기 때문에 `을`인 HW 업체는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버 호스팅 업체 B사 사장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다시 역량 있는 SE로 키우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며 “대기업이 정말로 `상생`을 실천하고 싶다면 `중소기업 핵심 인력 빼가기`부터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SW산업 육성 바람은 HW 인력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IT 산업에 뛰어들려는 대부분 인력들이 SW 개발과 보안 분야로만 진출하려는 추세다. 균형 있는 지원책이 아쉽다는 게 업계 공통된 견해다.

B사 사장은 “아직까진 티가 안 나지만 향후 SE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간다”며 “SW뿐만 아니라 HW 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주요 IT전문학원 SE 과정 현황

자료:학원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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