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비롯해 수송기기 생명은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몸체다. 차세대 전기차도 배터리와 같은 친환경 동력원이 강조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차체 경량화다.
마그네슘은 비중 1.74g/㎤로 구조용 금속 소재 가운데 가장 가볍다. 강도와 주조성, 기계적 가공성, 진동 흡수성 등도 탁월하다. 자동차를 비롯한 수송기기 차세대 핵심소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알루미늄·철에 비해 비싸고 세계적으로 제품화를 위한 소재기술이 취약해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제1회 한독 마그네슘 기술 교류 워크숍`은 소재 강국인 독일과 우리가 손을 맞잡아 미래시장을 함께 개척하고 선점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마그네슘 소재 중요성과 기술흐름을 집중 조명해본다.
마그네슘은 최근 일상속에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과 노트북PC, 캠코더 등 소형 IT 기기 외장재가 플라스틱에서 마그네슘 합금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때 유행이었던 인라인 스케이트 프레임에 마그네슘 합급을 채택하기도 했다. 가볍고 열전도성이 뛰어나면서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근래 들어서 한층 다채로운 용도로 활용 중이다. 프라이팬과 온돌 바닥재 소재로 쓰인다는 점은 흥미롭다.
국내 표면처리 전문업체인 위스코하이텍은 포스코판재를 이용해 내구성을 대폭 향상시킨 마그네슘 구이판 `맥 그린`을 얼마전 선보인 바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키친 사이언스 천연 마그네슘 팬` 3종을 출시하며 마그네슘 소재를 주방 용품에 본격 접목했다.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가볍고 인체에 무해하며 마모성을 높인 장점이 돋보인다.
포스코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스코건설과 공동으로 일부 고급형 아파트에 마그네슘 온돌 패널을 시공했다. 종전보다 난방비를 37% 이상 줄이고, 층간 소음과 부식성을 크게 개선한 획기적인 건축 소재라는 평가다.
앞으로 가장 주목받을 활용 분야는 자동차다. 연비 향상을 위해서는 차체 경량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다, 주요 부품으로 본격 적용될 경우 그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WPM 마그네슘 사업단이 자동차를 포함한 수송기기용 마그네슘 소재시장을 오는 2018년 462억달러(50조원) 규모로 추산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워크숍은 한독 양국의 시장선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독일 하이드로 알루미늄사 위르겐 히르쉬 교수는 유럽연합 공동 연구개발 과제였던 `초경량차` 프로젝트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연비 규제 강화로 지금보다 35% 이상 가벼운 차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철강 대신 알루미늄·마그네슘·플라스틱 등 경량 소재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수년내 자동차 1대에 11kg 이상(차체 무게의 7%) 마그네슘이 채용되는 것은 물론, 향후 전기차가 보편화할 경우 마그네슘 소요량은 50㎏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마그네슘을 자동차 부품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제련기술부터 합금 및 광폭 판재 양산기술, 성형·표면처리·용접 등 가공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기술을 새롭게 탄생시켜야 한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 마그네슘 소재를 연구해왔던 독일조차 아직 양산기술을 만들지 못했고, 소재 강국인 일본은 사실상 기술개발을 포기했을 정도다.
한국은 마그네슘 합금 설계 및 제조, 가공재(판재) 기술에서, 독일은 소성·접합·표면처리 등 부품화 기술이 각각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양국간 협력은 자동차용 마그네슘 소재시장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그네슘 소재화 기술의 난제인 부식방지 기술은 이 워크숍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카르스텐 블라베르트 헬름홀쯔연구소 박사는 “지금보다 우수한 내식성의 마그네슘 합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합금 설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부식 제어 물질을 생성시키거나 불순물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처리 기술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실링스 헨켈사의 박사는 “내식성 향상은 마그네슘 표면의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우선”이라며 “세계적으로는 유해 물질인 크롬 대신 친환경 처리 용액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마그네슘 소재 안전성과 생산성 문제도 화두였다. 유병선 한국재료연구소 박사는 “마그네슘 소재는 반응성이 매우 커 발화 가능성이 높은 단점이 있다”면서 “칼슘 복합 첨가제 기술로 발화 특성과 내식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그네슘 압출제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석(Sn) 첨가제가 압출 속도 향상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독일도 한국의 WPM 사업과 유사한 국책 과제를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독일 티센크루프 계열 `MgF`사의 한스-피터 보그트 박사는 독일 연방정부가 지난 2007년부터 지원한 `테막 플러스`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테막 플러스는 WPM 사업처럼 11개 기업과 2개 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 프로젝트다. 지난해 7월부터 2단계 R&D 사업에 착수, 공정 개선과 혁신적인 생산 기술 개발을 통해 양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번 워크숍 기간 중에는 국내 WPM 사업을 통해 만들어낸 마그네슘 소재 제품을 전시, 독일 현지 업계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포스코는 광폭 1500㎜, 두께 6.5㎜ 주조 판재와 광폭 1500㎜ 두께 1.2㎜ 압연 판재를 선보였다. 포스코 판재를 이용해 국내 부품업체인 오스템은 종전보다 무게를 3분의 1이나 줄인 자동차 시트 프레임을, 신영은 절반 가까이 중량을 감소시킨 파티션 패널을 각각 출품했다.
이상봉 헬름홀쯔연구소 박사는 “이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능력만 갖추면 한국산 마그네슘 판재와 부품을 적극 채용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제(독일)=서한 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