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의 도를 넘는 게임규제 움직임에 야당은 물론이고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 게임법보다 상위법인 특별법안이 지난 7일 발의된 가운데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마저 정부의 이중삼중 규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자율심의 및 치료상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무작정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둘 수 없고 문제만 악화시킨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박보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 이후 쿨링오프제를 골자로 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이 법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2월 임시국회에 제출된 게임규제특별법안이 회기 내 어떤 운명을 맞을지 주목된다.
원희룡 새누리당 의원은 “게임은 미래 디지털콘텐츠산업의 핵심 분야며 (강제적 게임산업 규제로)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국가전략의 역주행”이라고 못 박았다. 원 의원은 내주 게임문화재단이 개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해 일방적 규제 반대에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전병헌 통합민주당 의원도 이명박 정부의 `명텐도` 해프닝을 거론하면서 3년 만에 정부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쿨링오프제는 현실성이 없는 법안으로, 모르고 무작정 규제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술과 담배의 사회적 부작용을 법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법보다 사회 캠페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은 “학교폭력 예방대책으로 현재 일방적인 이용시간 제재조치로 이뤄진 게임규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실효성도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김성식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게임규제안에 대해) 만화를 죽이더니 어찌 이리 똑같을꼬”라고 꼬집었다.
김성식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도 반대했고 쿨링오프제 등 게임규제에 반대한다”며 “게임의 부작용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교육하고, 상담하고, 치료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의 규제안은 글로벌 흐름과도 맞지 않는 막무가내 규제며 마치 야간통행금지법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진보신당 정책위원회도 성명서를 내고 게임규제가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는 `허무개그`며 교과부 측 재원 마련을 위한 `꼼수`라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측은 “게임이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교과부와 여성부는 게임규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학교폭력 주범을 게임으로 돌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청소년 스스로를 보호라는 미명 아래 억압과 폐쇄의 굴레에 머물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도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게임문화재단은 오는 15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에서 학교폭력과 게임의 상관관계를 학술적으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 게임을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교육계 일각의 마녀사냥식 접근을 과학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안티셧다운제 동영상을 만들면서 정부 규제를 비꼬고 있다. `셧다운제 반대(Anti Shut Down)`로 명명된 이 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원석·김명희기자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