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참여가 전면 제한됨에 따라 중견·중소소프트웨어(SW) 기업 중심의 산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의 근본 목적이 건전한 SW생태계 구현에 있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반조치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누차 지적된 공공정보화 시장에서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한 정책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학계의 중론이다. 기존 제도와 관행이 지속된다면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의 그릇된 행태를 중견·중소SW 기업이 답습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은 독일 뮌스터대 유럽정보시스템연구센터(ERCIS) 연구원은 “SW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 중 IT서비스 대기업만을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배제한다고 SW중소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 이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선하지 않으면 정책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정부가 매년 SW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했지만 체감할정도의 변화는 없었다”며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선 사업자 선정이 가격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는 그동안 고수해온 최저가입찰 낙찰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최저가입찰제가 유지된다면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견·중소SW 기업이 메우더라도 출혈경쟁은 재현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SW 등 지식기반 사업자 선정 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을 우선 적용토록 했지만, 여전히 가격이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업자 채산성 및 수익과 직결되는 입찰제안서 보상과 과업내용 변경에 따른 대가 인정 등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SW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낙찰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자 중 입찰제안서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자에 대해 예산의 범위 안에서 제안서 작성비의 일부를 보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년간 해결점을 참지 못하고 있는 SW유지보수 요율도 합리화해야 한다. 외국기업에게는 22%의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면서도 국내기업에겐 8% 미만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SW산업 살리기에 정부가 앞장 서겠다면서도 국내 SW기업을 역차별하는 것은 생태계 조성 논리에도 맞지 않다.
그동안 정부 기관에서는 10% 이상의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면 감사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최저가 입찰을 통해 예산지출을 파격적으로 줄인 공공정보화 사업 담당자를 포상하는 지금의 평가구조로는 SW산업 발전을 앞당길 수 없다.
송규헌 오픈베이스 사장은 “그동안 정부가 SW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를 쏟아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법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세부시행 기준과 절차가 미비한 데다 발주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해석 여지가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자의 일방적 부담을 강요하는 원격지 개발 허용에 대해서도 발주기관의 전향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또 발주기관의 전문성 제고는 물론 외산 솔루션 쏠림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3D업종으로 전락한 SW업종 인재양성 방안, SW집적단지 조성 등 추가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SW 산업 육성 전략 추진 내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