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방에 통신산업 역행 우려
민주통합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 추진 방침을 밝힌 가운데 관련 부수법안을 일제히 개정 이전으로 되돌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동통신재판매(MVNO)·주파수경매 폐지 등 FTA와 무관한 내용까지 포함돼 자칫 통신산업 발전을 역행하는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용섭 정책위의장, 박우순 원내부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8인,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과 함께 총 15개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모두 한미 FTA 이행을 위한 부수법안 25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방세·행정절차·우체국예금보험·국유재산·저작권·전기통신사업·전파법 관련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김 의원실은 “한미 FTA 폐지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부수법안 모두를 개정 이전으로 복귀시키려 법안을 발의했다”며 “현 회기에서 이루지 못하면 19대 국회에서도 당론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의 내용대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 이동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어렵사리 시작한 MVNO 서비스 법적 근거가 다시 사라진다. 발의된 개정법률안에는 재판매 및 도매제공 조항 삭제가 포함했다. MVNO제도는 2010년 공포된 것으로 여야가 국민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성화를 요구해온 서비스다.
전파법 개정안은 주파수 경매제 도입 관련 사항 삭제를 담고 있다. 경매제는 지난해 첫 시행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취지 자체는 투명하고 공정한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것으로 한미 FTA와 관련성이 낮다.
한미 FTA와 무관한 내용까지 발의안에 포함된 것은 `한미 FTA 폐지`라는 대전제에만 치중한 나머지 세부 법률개정안 원상복귀가 가져올 파장은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수법안 전체를 개정하려 하다 보니 2010~2011년에 개정된 내용은 한미 FTA와 관련이 없더라도 일괄적으로 발의안에 포함됐다.
관련 업계는 한미 FTA 찬성·반대 여부를 떠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여러 사업자가 정부 활성화 방침을 믿고 MVNO사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상황에서 해당 제도를 폐지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파수 경매 역시 시행착오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제도 근거를 없애면 지난 수년간 이뤄온 통신시장 선진화 노력이 수포가 된다.
주무부처 방송통신위원회는 정확한 발의 배경을 파악한 후 내부의견을 정리해 법안 발의자에게 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지만 정치권 논리 때문에 통신산업에 역효과를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라며 “좀 더 세심한 법안 검토와 개정 논의가 아쉽다”고 말했다.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