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석유거래소

4월부터 석유 거래가 달라진다. 휘발유와 경유·등유를 인터넷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KRX)는 3월말 석유거래소를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석유제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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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는 이달 중 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교육·설명회를 개최하고 신청서를 접수받아 전자상거래시장 참가자로 정식 등록하도록 할 계획이다. 등록한 시장 참가자는 고유 참가자번호와 ID·초기 비밀번호 등을 받아 모의시장과 정식시장에 참가할 수 있다.

KRX는 정유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번 주 중 설명회를 열고 3월내로 모의시장을 운영한다.

◇석유거래, 어떻게 바뀌나=석유제품 거래가 주식시장처럼 이뤄진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과 물량을 시장에 내놓고 거래한다. 대상이 현물인 석유제품으로 바뀔 뿐이다. 개설 초기에는 휘발유·경유 2개 유종만 거래하고 등유나 벙커C유 등으로 유종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매도자는 정유사와 대리점·수입업자이며 대리점·주유소 등이 매수자다. 시장 참가자 의견을 추가 수렴해 일반 판매소나 공공기관 등 대형 실소비자를 시장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석유거래소는 국내 시장 전용이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그동안 상표별 거래가 이뤄진 만큼 우선은 상표별 시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상표를 이용하지 않는 자가폴 주유소나 알뜰주유소는 4개 정유사별로 개설되는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거래할 수 있다.

매매수량 단위는 2만리터다. 호가 단위는 리터당 0.5원으로 정유사는 본점과 지점 모두 제출·할 수 있다. 매수자는 배송비 증가를 감안, 특정 권역종목에 대한 호가를 제출하지만 정유사는 전체 권역에 대해 가능하다.

주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건당 25수량 단위(50만리터)까지로 제한했다. 다수 호가를 동시에 제출할 수도 있다.

여기서 생성되는 시장가격은 해당일에 바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일반인도 정유사 공급가격을 쉽게 알 수 있다.

KRX는 제품 배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장을 지역별로 묶기로 했다. 배송권역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리 등을 감안, 전국 주요 저유소를 중심으로 15개로 구분했다.

대한송유관공사가 운영하는 고양·판교·대전·천안 저유시설 및 정유사별 5개 정유공장, 56개 공인 저유소를 기준으로 했다. 도서·산간지방 등 배송비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지역은 권역에서 제외하고 단계적으로 권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매수자가 가격은 싸지만 대량 구매한다는 내용을 시장에 내놓으면 정유사나 대리점에서 저렴하게 공급 받을 수 있다. 정유사가 대량 수요처에 가격을 낮게 공급하는 관행을 감안했다는 게 KRX 측 설명이다.

KRX 관계자는 “석유시장이 제대로 운영되면 2~3년 후 국내에서도 선물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선물거래가 실물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수 등을 이용해 현금을 상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성, 안정성 확보=전자상거래 특성상 투명성과 안전성도 확보했다. 매매 체결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단일가 접속자에 한해 이뤄진다. 가격 기준으로 우선 매매 체결되고, 가격이 같으면 먼저 호가를 제출한 시장 참가자로 넘어간다. 매매 건별로 실시간 총량 결제함으로써 매수자가 적정한 때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 참가자 간 석유제품 매매가 이뤄지면 석유제품 거래가격을 유종별로 장이 끝나고 시장 참가자와 일반에 공개한다. 세부 거래내역은 원칙적으로 시장 참가자 동의 없이 공개하지는 않는다.

시장 가격 산정 방식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며, 시장 참가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금 결제는 현금 이체 방식이며, 매도자 현물을 결제할 때는 실물로 배송한다. 결제 시한은 대금은 당일 17시, 실물은 다음날 24시다.

KRX는 시장 참가자에게서 보증금을 받아 결제하지 않으면 거래 상대방에게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준다. 정유사는 공신력 및 결제불이행 가능성 등을 감안, 보증금 면제를 검토 중이다.

석유제품 품질 보증을 위해 공인된 저유소에서 출하하는 제품만 매매를 허용할 예정이다.

◇가격 인하 가능할까=석유거래소 개설이 주유소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한국거래소는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품만 거래하기 때문에 매매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격이 전부다. 최대한 낮은 가격부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총 매도 금액의 0.3%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담합이나 유통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특정 상표 제품만 취급하지 않는 자가폴이나 알뜰주유소는 더 유리하다. 4개 정유사별로 열리는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상표 주유소가 해당 정유사하고만 거래해야 하는 것에 비해 선택 폭이 넓다. 상표 주유소들의 이탈도 예상된다.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변수는 석유제품 매매 가격에 배송비용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거래 당사자는 매매 체결 이후 희망 배송시각 등을 상호 협의하도록 돼 있다. 배송비용을 조절함으로써 정유사들이 얼마든지 자가폴 주유소에 비해 해당 상표 주유소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도 있는 구조다.

◇인터뷰 김인수 한국거래소(KRX) 상무

“석유거래소 개설은 석유제품을 거래하는 방식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마치 주식시장과도 같습니다.”

석유거래소 개설·운영을 총괄하는 김인수 한국거래소(KRX) 상무는 “정부에서 KRX에 석유거래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이 왔다”며 “이는 석유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석유거래소를 운영하면 적정 시장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며 “석유제품 시장이 궁극적으로 상표 제한마저 풀려 완전 경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거래소는 상표에 대한 광고나 홍보가 필요 없게 돼 적정 품질을 충족한 제품 중 가격이 최우선 된다.KRX는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위해 당분간 수수료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김 상무는 “소비자 편익 증대가 목적인만큼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며 “실비 수준에서 수수료를 정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용이 늘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석유거래소는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개념이 아니라 담합·유통 비용을 줄여 소비자 편익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기존 유통 채널 붕괴를 우려하고 있지만 장외 거래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면 정유사 입장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정부에서 석유유통 합리화를 위해 석유거래소 개설 및 운영을 KRX에 맡겨줬다”며 “소비자인 국민과 석유산업 관련 기관들이 모두 거래소에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사, 인터넷 거래 좋은 이유

석유제품 전자상거래로 얻는 정유사의 가장 큰 혜택은 세액 공제다. 전자상거래로 석유제품을 판매한 정유사는 공급가액의 0.3%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에서 공제받는다.

정유사 입장에서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정유사는 기존 석유제품 판매업무절차 변동이나 추가 시스템 개발 없이 KRX가 제공하는 시스템에 참여하면 된다. 전자상거래에 따른 수수료는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무료다.

유통관리 비용도 줄어든다. 정유사는 석유거래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국 매수 호가 검색과 호가 제출이 가능해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중간 유통상 없이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중개수수료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정유사가 기존 판매처 외에 자가폴 주유소 같은 판매처를 온라인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앞으로 대형 실수요자 등 다양한 참가자가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면 정유사는 판로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KRX는 전망했다.

결제 안전성도 높다. KRX는 정유사가 석유거래소를 통해 매수자의 결제대금 납부 상황을 확인하고 배송하도록 했다. 배송 이후 결제대금을 납부 하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을 없앴다는 게 KRX의 설명이다. 결제도 현금으로만 가능하다.

또 매매 체결 이후 매수자가 일방적으로 거래계약을 해지하면 사전에 매수자로부터 확보한 보증금을 대신 받게 돼 계약해지에 따른 위험도 덜었다.

KRX 관계자는 “석유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모든 전자상거래에서 매수자는 결제대금 등을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며 “정유사는 현금 중심 거래로 안정적인 자금 유동성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참가자별 호가제출 허용

자료: 한국거래소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시장 개설 추진경과

자료: 한국거래소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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