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세계 게임업계 순위까지 바꾸고 있다. 일본 그리(GREE)가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게임 기업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무려 1조3000억원을 웃돈다.
오락실과 가정용 게임기 하락세로 위기에 빠진 게임 왕국 일본이 스마트폰을 등에 업고 재도약했다.
5일 니혼게이자이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그리의 예상 실적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리는 오는 6월 끝나는 2012년 회계연도 예상 매출을 1700억엔(약 2조5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900억엔(약 1조32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0%, 영업이익은 300% 급증한 금액이다.
결산 시기가 다르지만 그리의 영업이익은 세계 게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대 게임 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의 2011년 예상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안팎이다. 2010년 9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징가는 2011년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에는 변변한 게임 하나 알려지지 않은 그리가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블리자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장 자체가 이슈를 만든 징가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그리에게 스마트폰 게임 시장 왕좌를 내줬다.
그리는 게임 왕국 일본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2009년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닌텐도는 지난해 충격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가나 반다이남코 등 일본 게임 업계를 이끌어온 거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계 게임 시장의 무서운 아이로 평가 받던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단연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넥슨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그리의 절반을 밑돈다.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게임즈는 5분의 1에 머문다.
모든 변화의 원천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 판매가 그리의 성공을 가져왔다. 스마트폰게임은 온라인게임보다 개발비가 적게 들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리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스마트폰 게임 업체를 인수하고, 중국 게임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 회원이 1억5000만명을 육박하는데 해외 비중이 80%를 넘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