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대선 등 굵직한 선거 시즌을 앞두고 통신요금 논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통신료가 다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업자는 연초 실적 악화에 이어 자칫 정치 논리로 시장이 왜곡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통신요금 인하를 기정사실화 하고 이와 관련한 시기와 인하폭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월 총선을 2개월 앞두고 기간 통신사업자를 대표하는 통신사업자연합회 설정선 부회장을 만나 올해 통신 이슈에 대한 해법을 들어 봤다.
설정선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55)은 “현 정부 들어 증명된 선례처럼 무리한 통신요금 인하는 국민·사업자 모두 손해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투자와 요금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신 요금을 내려도 이용자는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뿐더러 사용량이 늘어나면 통신비 부담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다한 통신요금 인하 요구는 통신사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폭주하는 트래픽으로 통신 품질은 저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정치권 요구로 단행한 통신요금 인하 조치는 `실패작`이었다. 전문가들은 월 기본료 1000원 인하 조치에 따른 체감 효과는 겨우 3% 미만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대신에 통신사 투자 여력은 해마다 13%인 6000억원이 감소해 앞으로 5년이면 3조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고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지만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크게 감소했다.
설 부회장은 “소비자 측면에서도 통신 이용에 따른 대가와 편익을 서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말 열린 `통신비 개념 재정립과 통신 편익지수 산정 토론회`에 따르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월평균 요금에 비해 얻는 효용가치가 3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단순히 비용 측면인 요금만을 보기보다는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보다는 투자를 촉진해 LTE 등 차세대 통신망을 조기에 구축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자는 대략 투자비만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전망이다.
설 부회장은 카카오톡·마이피플 등과 같은 무료 통화·문자서비스도 생태계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서비스로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자 SMS 매출이 올해 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할 예정입니다. 사업자들은 지난해 SMS 발송량이 전년에 비해 23.2%나 줄 정도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무료 서비스로 사업 영역이 축소되면서 통신망이 `덤파이프(dumb pipe)`돼 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 부회장은 “더 큰 문제는 콘텐츠·플랫폼 업체는 통신사 통신망에 기반해 크게 성장했지만 정작 통신망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방통위가 제정한 `망 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신사는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
나아가 설 부회장은 “스마트TV와 같이 시장 발전에 중요한 서비스가 등장하면 데이터 트래픽이 많고 이를 제어하기 보다는 통신망의 공정한 이용대가를 분담해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마트 시대 근간인 통신서비스 중요성과 대조적으로 통신업계는 시장 포화와 경쟁서비스 등장으로 시장 여건이 악화됐다”면서 “통신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선순환 구조를 위한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각 주체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