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한파까지 닥쳤다. 봄을 앞둔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게임업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아무도 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신작 게임 소식은 사라졌고 규제 이슈로 도배됐다. 만나는 게임사 종사자들마다 “우리가 마약판매상이냐”라고 되묻는다. 게임사 대표도 반성의 의미인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심정인지 입을 닫았다.
정부는 부처마다 서로 정책 실패를 나무란다. 학교폭력 대책에 고심하던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는 말이 무섭게 규제안을 `눈덩이`처럼 불려가고 있다. 콘텐츠 사전검열에서 시간, 이용행태, 부담금 징수까지 전 방위로 게임 산업을 포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콘텐츠산업과는 내부 인사에서 기피 1호 대상이 됐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최근 3년간 게임물등급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신작 게임 숫자는 오히려 매년 줄어들고 있고, 실패의 위험부담이 큰 대작 개발은 누구도 섣불리 하지 못하게 됐다. 올 겨울 게임시장은 어느 해보다 신작 출시가 없었다.
규제 강화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창투사 등 기업투자를 결정하는 곳에서 `규제홍수`에 섣불리 결정을 못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중소 개발사들은 자금난을 겪으며,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거나 인력감축에 들어갔다. 중견 게임개발사 몇 곳도 잇단 사업 실패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당장 끼니 걱정이 앞서는 개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릿고개` 생존에 들어갔다.
“게임중독의 비법을 알고 있다”는 게임사들이 적자를 내거나 성장세가 악화되는 것은 무슨 탓일까? 일부에서는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같다는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인용한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열 시간이 넘게 매일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는 `마약중독자`와 같은 양상을 보였어야 한다. 규제와 함께 우리나라는 중독을 유발하고 학원폭력의 원인이 되는 게임콘텐츠 해외 수출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게임과 함께 규제 수출 제안도 나올만하다.
게임이 사라진다고 모든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 아픈 아이들을 바라보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에만 몰두해있다. 정작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지는 지 물어봐주거나 성장환경을 평가하지 않는다. 옳은 처방을 내리려면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환자는 무조건 많은 약으로 병이 낫지 않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